‘제주 해녀 물질대회’ 참가 호주인 히버드씨 “쓰레기만 안버려도 바다 더 예뻐질 것”
입력 2010-04-12 19:02
“제주 바다는 정말 아름다워요. 그 푸른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보면 참지 못하겠습니다.”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는 제주 해녀들과 물질(수중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 기량을 겨룬 최초의 외국인 셰린 히버드(51)씨. 그의 제주 바다에 대한 사랑이 제주 사람 못지않다.
히버드씨는 지난 11일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앞바다에서 열린 제주 해녀 물질대회에 참가했다. 60여명의 해녀와 소라·전복을 잡는 솜씨를 겨룬 것이다. 물질대회에 외국인이 참가한 것은 히버드씨가 처음이다. 그는 한림읍 어촌계가 설립한 한수풀 해녀학교의 첫 외국인 졸업생이기도 하다.
“물질만큼은 제주 해녀를 따라갈 수 없어요. 재빨리 달아나는 문어를 단번에 낚아채는 솜씨는 최고예요.”
호주가 고향인 히버드씨는 제주대 사범대학 부속 중학교 영어 원어민 교사다. 고향에서 10년 넘게 어부로 일했고 4년간 배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히버드씨는 최장 4분30초 동안 숨을 참은 기록을 갖고 있다. 맞춤 해녀복이 잘 어울릴 정도로 제주 해녀와도 닮았다.
그가 제주에 온 것은 2004년. 이후 6년 가까운 세월 동안 머무르고 있다. 방랑 기질의 히버드씨로선 이례적인 일이다. 영국 웨일스에서 대학을 다닌 기간을 제외하고는 제주에 머문 기간이 가장 길다고 한다.
히버드씨는 웨일스 체류 시 한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영어를 같이 가르쳐보자는 권유를 받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목적지는 울산. 그러나 수영, 스쿠버다이빙 등 바다와 관련된 취미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에이전시가 울산이 아닌 제주를 권해 이에 응했다.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 됐다.
히버드씨는 “우리는 지구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쓰레기 버리는 일만 당장 그만둬도 제주 바다가 더 예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