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피해 키운 정부 ‘뒷북행정’… 해외여행 농장주 출입제한 유명무실
입력 2010-04-12 22:00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달 23일 경기도 포천에서 발생한 구제역 종식선언을 하면서 방역·검역 개선, 축산업 면허제 도입 등 축산업 선진화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 가운데는 ‘해외여행 농장주, 외국인 근로자 등 외국에서 입국하는 사람은 입국 후 72시간 이상 체류 후 축산농장에 출입하도록 제도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번에 인천 강화군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축산농가의 농장주는 중국의 구제역 발생지역을 여행한 뒤 하루 만에 축산농가에 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농식품부는 종식선언 당시 중국·동남아 등 주변 국가에서 구제역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5월 말까지는 국경검역, 매주 1회 이상 일제 소독 및 예찰 활동 등 구제역 특별방역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국경검역에 구멍이 뚫렸음이 드러났다. 또 축산농가들이 구제역 발생 지역을 방문했을 경우 신고하고 소독하도록 돼 있는데 신고실적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농식품부는 12일 실효성 있는 방역대책을 내놓기보다는 구제역 발생국가를 여행한 농장주의 축산농가에서 구제역이 생기면 매몰처분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제재방안을 발표하고 축산농가의 해외여행 자제를 당부했다.
구제역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농식품부의 대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뒷북행정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번 구제역 발생 농가에는 8년 만에 처음으로 바이러스 배출량이 소의 최대 3000배 이상 된다는 돼지 목장이 포함돼 있어 확산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구제역 발생시기도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었다. 과거 구제역이 발생한 시기는 2000년 3월 24일∼4월 15일과 2002년 5월 2일∼6월 23일이었다. 또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2000년, 2002년 구제역 바이러스가 모두 ‘O’ 타입으로 혈청형이 같다.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이 아니라 검역에 구멍이 뚫려 기존에 발생했던 바이러스가 또다시 유입된 것이다. 하지만 당국은 축산농가에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한 양상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