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 경기회복세 낙관하는데… 널뛰는 환율·원자재값 복병
입력 2010-04-12 18:10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개월 만에 0.6% 포인트 오른 5.2%로 잡았다. 수출의 꾸준한 증가에다 강한 내수회복이 더해져 경기의 탄력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유가 등 원자재값이 오름세를 타고 원화가치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수출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원자재값·환율 상승…실물경제 복병=한은과 정부의 성장률 눈높이는 같아졌지만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국제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실물경제를 뒤흔드는 복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도 원자재값 상승과 원·달러 환율 급등락을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외환시장의 쏠림 발생 시 정부의 개입의지도 분명히 했다.
재정부는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주요 현안 업무보고’를 통해 “경제 펀더멘털과 시장 수급이 반영된 움직임은 최대한 존중하되 쏠림에 의한 환율 급등락에는 안정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기 이후 외환시장에 대한 발언을 자제해온 정부가 공개적으로 ‘안정조치’를 거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4.10원 내린 1114.10원으로 마감해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최근 환율 하락세(원화가치 상승)의 원인은 증권과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자금 유입과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올릴 경우 주변국인 원화와 엔화의 가치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며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기 추세를 앞지르는 국제 원자재 가격 움직임도 걱정거리다. 대표적인 원자재 가격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골드만삭스 상품지수(S&P GSCI) 가운데 산업용 금속의 경우 423.52로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경기 흐름에 민감한 비철금속 등 금속가격이 급등세를 보인 탓이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연구분석부장은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확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너무 빨리 진행될 경우 실물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들썩이는 원자재값에 정부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외변수에 취약한 소국 개방경제인 우리나라 경제 특성을 감안해 원자재 가격 동향 점검과 수입자금 지원을 검토 중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원자재 수입 자금 지원과 원자재 관련 금융을 강화하고 원자재 방출 확대 및 재고 확보 등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