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용카드 복제사기 근절방법 없나

입력 2010-04-12 18:05

사기는 날로 진화한다더니 금융사기꾼들의 수법이 갈수록 혀를 차게 한다. 반면 금융회사와 당국의 대처는 매번 사후약방문이다.

금융감독원은 CD나 ATM 등 은행 자동화기기를 통한 현금카드 복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범인들은 은행 지점의 자동화기기 카드 투입구에 몰래 카드판독 장치를 부착해 고객의 카드 정보를 알아냈다. 또 자동화기기 옆에 별도로 부착한 카메라로 비밀번호를 파악해 고객이 자리를 뜨면 장치를 수거하고 현금을 인출해갔다. 부착한 카드판독 장치는 약간 돌출된 느낌만 있을 뿐이어서 고객이 눈치 채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10여명이 45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금감원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은행에 이 같은 사실을 공지했고 은행은 뒤늦게 자동화기기에 고객 유의문을 내붙였다.

이중 삼중의 보안이 이루어져야 할 은행 안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 비록 영업시간이 끝난 다음이라 은행 직원들이 몰랐다고 하지만 사기꾼들이 은행 내 자동화기기에 버젓이 불법 장치를 설치하고 수거하며 사기를 벌인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금융사기의 경우 은행이 보험회사에 피해 금액을 청구해 고객에게 손실이 가지는 않지만 결국은 몇 단계 건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카드 복제를 통한 금융사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찰청은 루마니아 해커가 빼돌린 정보를 사들여 위조 카드를 만든 일당을 구속했다고 그제 밝혔다. 루마니아 해커는 한국인 9만5266명의 신용카드 정보를 빼냈고 그 가운데 943건의 복제 카드가 만들어져 6억7700만원이 사용됐다고 한다. 이처럼 자고나면 터지는 신용카드 정보 유출 사고 때문에 국민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신용카드는 현대인들의 생활 자체다. 하지만 그 중요성만큼 금융회사나 감독기관의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고객들도 조심을 해야겠지만 국민이 편안하게 금융생활을 하도록 금융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