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부순절도’ 돌아왔다… 개인 수집가 日 경매서 구입
입력 2010-04-12 18:02
임진왜란 동래부 항쟁 그린 1830년대 민화풍 그림
임진왜란 당시 동래성 전투를 묘사한 1830년대 그림 ‘동래부순절도(東萊府殉節圖)’가 최근 경매를 통해 국내로 돌아왔다.
개인 수집가인 심우희씨가 지난달 18일 일본 교토 고기레카이(古裂會) 경매회사가 개최한 경매에서 ‘동래부순절도’를 800만엔(한화 약 1억원)에 구입했다고 경매를 주선한 전윤수 북촌박물관장이 12일 밝혔다. 이 그림은 교토의 한 사찰에 보관돼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래부순절도’는 선조 25년인 1592년 동래성 부사 송상현(1551∼1592)과 군민들이 왜군에 맞서 싸우다 모두 순절한 사건을 그린 것으로 1709년 처음 그려졌지만 이 그림은 현재 전해지지 않고 있다. 대신 1760년 변박(생몰년 미상)이 1709년 작품을 보고 그린 그림(보물 제392호)이 현재 육군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번에 국내에 들어온 그림은 비단 두 폭을 이어 붙인 것으로, 가로 90㎝ 세로 134㎝ 크기다. 왼쪽 아래에 ‘만력 임진후 이백사십삼년 갑오 사월 일 화사 본부 천총 변곤(萬曆 壬辰後 二百四十三年 四月 日 畵師 本府 千摠 卞崑)’이라고 적혀 있어 1834년 갑오년 4월 동래부 천총(조선 후기 5군영 등에 소속된 정3품 무관직) 변곤(1801∼?)이 그렸음을 확인시켜 준다. 이는 조선말기까지 동래부에서 임진왜란이라는 아픈 기억을 기리는 현창사업이 계속돼 왔음을 보여준다.
또 시대를 뛰어넘어 ‘동래부순절도’를 그린 변곤과 변박이 밀양 변씨로 같은 집안일 가능성이 높은 것도 흥미롭다. 1760년 그림을 바탕으로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 변박의 그림은 조선군은 얼굴이 동그랗게 그리고 왜군은 벗겨진 이마를 특징적으로 묘사하는 등 민화풍이 엿보인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