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국제불교테마공원 건립에 혈세 1200억원을?"..대구교계 반발
입력 2010-04-12 13:51
“만약 지자체와 정부가 120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어 교회 근처에 거대한 기독교 테마공원을 만든다고 가정해 봅시다. 종교편향을 문제 삼는 특정 종교에서 뭐라고 할 것 같습니까?”
거대한 기독교 테마공원 건립은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하지만 실제상황이 대구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독교가 아닌 불교에서다.
지난 1월 대구지역 한 일간신문은 “대구시가 동화사에 대규모 국제관광선원을 건립하고 부인사 유적지에서 초조대장경을 복원하는 등 국제불교테마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총 예산은 자그마치 1200억원이다. 이후 2개 일간신문이 비슷한 보도를 냈다.
기사에 따르면 정부와 대구시가 올해부터 110억원을 들여 동화사 통일대불 지하 4600㎡에 ‘템플스테이’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대장경을 판각한 부인사 유적지를 개발하는 ‘초조대장경 천년 르네상스’ 사업과 달성토성을 복원하는 데 1049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대구방문의 해에 참석하는 관광객을 위해서다.
그러자 대구지역 기독교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대기총)는 곧바로 테마공원 저지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명 작업에 들어가 지금까지 1만여 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지난 7일엔 김범일 대구시장을 항의 방문했다.
이상민 서문교회 목사는 “김 시장은 ‘공원 조성사업이 어디까지나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며 적당히 넘어가려 하고 있다”면서 “대구지역 교계는 이 일을 계기로 특정 종교에 국민의 세금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일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총 회장 이흥식(평산교회) 목사는 “언제부터 한국이 불교 국가가 되어 템플스테이를 국책사업으로 지정하고 학생들을 견학하도록 하고 있냐”면서 “일제시대 신사참배와 다를 게 뭐냐”고 성토했다. 박순오 서현교회 목사도 “만약 대구시장 후보 경선이 있었다면 이 같은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진짜 종교편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기사가 과장되게 나갔다”며 “우리는 불교테마공원이라는 말을 쓴 적이 없으며, 사업의 정확한 명칭은 팔공역사공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공원 프로젝트는 대구시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대구경북연구원에 용역을 맡긴 결과로, 정부 예산심의에서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줄 몰랐다. 시장의 지시에 따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총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했으며, 시청 앞 시위 등을 준비하기로 했다. 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연계해 적극 대처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대구=글·사진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