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무죄 이후] 檢 “재판진행 불공정” 강한 반발

입력 2010-04-11 23:09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무죄 판결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휴일인 11일 재판진행이 불공정했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재판부 판단을 다시 반박했다. 주요 사실 판단을 누락하고 변호인 측 주장만 인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조차 수사가 부실했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 “재판진행 불공정했다” 불만=김주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판결의 문제점을 짚은 A4용지 14쪽 분량의 자료를 배포했다. 재판부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을 인정하지 않은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게 요지다. 한 전 총리는 2002년 곽 전 사장으로부터 1000만원 상당의 골프채를 선물로 받을 만큼 두 사람의 친분이 두터운 데도 재판부는 한 전 총리 진술의 거짓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또 심야조사로 곽 전 사장을 압박한 뒤 진술을 얻어냈다는 판단은 근거가 없는 막연한 의심으로 검찰을 흠집 내고 있다고 불쾌해했다. 재판부 논리대로라면 곽 전 사장이 법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전달했다고 증언한 것도 궁지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진술한 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김 차장검사는 “곽 전 사장이 법정에서 진술한 것까지 궁박한 처지에서 진술한 것이라고 본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재판과정에서는 재판부에 잘 보여야지 검사에게 더 잘 보여야 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재판부가 공판에서 한 전 총리의 진술거부권을 인정하고 검사의 신문권을 제한한 것도 재판진행이 매우 불공정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골프빌리지의 경우 한 전 총리는 검찰의 이야기를 듣고 그때그때 말을 바꿨다”면서 “이런 것도 재판부가 판단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검사는 “뇌물의 사용처로 추정되는 아들의 유학비용과 관련해 한 전 총리 측이 허위증거를 제출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판단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책론 고개 들까=검찰 내부에서는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워낙 유죄선고를 확신해 수사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할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이제는 차분하게 문제점이 없었는지 돌아보고 책임유무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특별수사 경험이 적은 수사팀이 곽 전 사장의 입만 쳐다보다가 당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곽 전 사장이 조사과정에서 한 전 총리의 이름을 대는 대신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무혐의로 막고 횡령액 역시 실형선고 기준(50억원 이상) 미만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곽 전 사장은 증권거래법, 뇌물공여 등 3가지 혐의 중 횡령 혐의만 일부 인정돼 징역 3년의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다. 그나마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수사에 주력할 계획이지만 뜻대로 될지는 불분명하다. 민주당 등이 정치자금 수사가 별건수사에 해당된다며 공세를 펼쳐 수사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