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서 47년… ‘한국 셔틀콕의 代父’ 한성귀 전 국가대표팀 감독 은퇴

입력 2010-04-11 18:43

“정작 그만둔다고 하니 이제야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느껴집니다.”

한국 셔틀콕의 ‘대부’로 불리는 한성귀(62)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47년의 파란만장한 현역 생활을 뒤로하고 정년퇴임했다.

김학석(61) 대한배드민턴협회 부회장, 최일현(64) 전 대한배드민턴협회 전무와 함께 한국 배드민턴의 산증인인 한 전 감독은 1996년부터 맡아온 삼성전기 사령탑을 내놓고 지난 2월 현역에서 물러났다.

불모지였던 한국 셔틀콕은 1980년대 중반부터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박주봉 김문수 김동문 방수현 정명희 라경민 등 세계적인 스타가 줄줄이 나오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한국 셔틀콕이 이렇게 성장하게 된 중심에는 한 전 감독이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배드민턴과 처음 인연을 맺은 그는 1982년 국가대표 코치가 됐고 1986년 정식 감독이 된 후 1996년까지 15년 동안 숱한 제자를 길러냈다.

한 전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재임 기간 중 단식보다는 복식에 집중했다. 키는 작아도 수비가 좋은 길영아를 복식으로 돌렸고, 왼손잡이라 역습에 능한 김문수를 박주봉과 호흡을 맞추게 했다.

한 전 감독의 판단은 적중했다. 박주봉-김문수 조는 배드민턴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땄고, 여자복식 정소영-황혜영 조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 전 감독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여자단식 방수현, 혼합복식 김동문-길영아를 앞세워 금메달 2개(은메달 2개)를 획득하는 쾌거를 만들어냈다.

그는 “방수현이 금메달을 땄을 때가 가장 감격적이었다. 복식에서는 늘 메달을 기대했지만 단식에서 따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도자로서 무척 보람을 느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선 대표팀 초청 지도자로 이용대-이효정(이상 삼성전기) 조의 혼합복식 금메달을 일궈냈다. 삼성전기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용대를 스카우트해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했고, 무명이던 정재성의 기량도 꽃 피우게 했다.

솔선수범한 지도자로도 유명한 그는 “배드민턴이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 비인기 종목에 머무는 점은 아쉽다”며 “어린 선수들을 많이 육성해야 한국 셔틀콕이 꾸준히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