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잔치로 끝난 은행 일자리 창출
입력 2010-04-11 19:00
지난해 시중은행 7곳 중 5곳은 직원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위기 극복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일자리를 대폭 늘리겠다던 은행들의 발표가 호언장담으로 끝난 셈이다. 다만, SC제일은행과 국민은행은 직원을 크게 늘렸다.
6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임원과 비정규직을 제외한 은행권 전체 일반 직원 수는 9만8535명으로 2008년 말보다 721명,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2005년 이후 은행권 일자리가 연 평균 2134명씩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33.4%에 불과하다. 은행권의 일자리 증가 폭이 크게 둔화된 것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농협중앙회 등 특수은행들이 정원을 감축한데다 대형 시중은행들도 일자리 창출 노력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현재 시중은행의 일반 직원 수는 6만5538명으로 전년도 말의 6만5494명보다 44명(0.07%)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외국계인 SC제일은행과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각각 611명과 452명을 늘린 것을 제외하면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오히려 일자리를 줄였다. 정년과 희망퇴직 등을 통한 일자리 감소분만큼 신규 인력을 채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70명을 희망퇴직시킨 신한은행은 직원 수가 1만926명에서 1만265명으로 661명 줄었다. 올해 신입직원 400명을 충원한 것을 포함하더라도 일자리가 200명 넘게 감축됐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280명을 신규 채용했으나 직원 수는 2008년 말보다 175명 줄었다. 카드사업부문을 분사하면서 70여명의 은행원이 하나SK카드로 옮겨간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지난해 1월 300명 넘게 직원을 희망퇴직시켰고, 이후 발생한 자연감소분을 충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환은행(-99명) 우리은행(-59명) 한국씨티은행(-25명) 등도 일자리를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직원을 줄였다.
이는 자산 등 외형면에서 보면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인 지방은행들이 8% 넘게 직원을 늘린 것과 크게 대조된다. 제주은행(-1명)과 대구은행(-24명)이 정원을 줄인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방은행들은 7∼588명씩 일자리를 늘렸다.
은행권의 신규 인력 채용 증가 폭이 둔화되면서 직원들의 고령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2004년 말 2만8513명이던 행원은 지난해 말 2만9832명으로 1319명 늘어나는 동안 과장급 이상인 간부 직원은 3만8650명에서 4만5029명으로 6379명 증가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