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국정원-박원순 소송’ 관련 내부 결론 “국가는 명예훼손 소송 주체 못돼”

입력 2010-04-11 19:35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는 명예훼손의 대상이나 민사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자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국가정보원이 국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박원순 변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데 대해 적절성을 검토한 것이다.

인권위는 국민 기본권이 훼손되는 등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해당 사안을 조사해 관련 기관에 의견을 낼 수 있다.

보고서는 미국 영국 등 외국에서 국가가 소송 주체가 된 사례를 찾을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이 국민 세금으로 소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결한 외국 사례도 실렸다.

한 인권위원은 “정부가 국민 의견을 수렴, 정책에 반영하는 게 민주주의”라며 “국가가 민사상 손해배상을 제기하면 일반 국민의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를 봉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12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이 결론을 공식 입장으로 채택할지, 재판을 진행하는 서울중앙지법에 의견으로 낼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국정원은 박 변호사가 지난해 6월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시민단체를 무단 사찰했다”고 주장하자 그해 9월 “허위 사실로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