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미술] 가톨릭과 기독교 미술 토양 차이
입력 2010-04-11 17:46
미술은 교회 안에서 활짝 꽃을 피웠는가 하면 교회 안에서 철저히 추방되기도 했다. 미술의 역사 속에서 기독교 미술의 비중은 매우 컸다. 그런가 하면 교회의 역사 속에서 미술은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갈등을 빚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교회와 미술이 오늘날 조화로운 관계를 회복하기는 어려운 것일까.
교회는 로고스(Logos), 곧 말씀의 기초 위에 세워졌고, 그 중심에는 말씀이 있다. 이에 따라 교회 안에서 시각 이미지의 사용은 부차적이다. 개혁주의 전통 속에서 이러한 흐름은 오늘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또 이런 쟁점도 있다. 말씀이 몸을 입고 이 땅에 왔다. 그 이야기는 다시 말씀으로 기록되었다. 작가들은 그 이야기에 다시 형상의 옷을 입힌다. ‘그것이 과연 말씀의 실체일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다. 이는 교회의 역사 속에 끊임없이 제기됐다. 어떤 이들은 시각적인 형상을 통해 말씀이 가진 소통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말씀을 형상화하는 것은 말씀의 실체를 왜곡하고 변형하는 위험한 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한국의 개신교는 시각이미지를 교회 안에 수용하는 일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작가들의 삶과 작업에 적실한 말씀을 공급하고, 작가들의 신앙을 자라게 함으로써 기독교 미술의 부흥과 성장에 보다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많은 작가들의 관심을 ‘교회 안으로’ 끌어들이기보다 ‘세상 속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기독교 미술의 내용이 더욱 다양하고 풍성하게 자라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한국 현대 기독교 미술은 교회 안에 머물기보다도 대학 캠퍼스와 미술계의 화랑, 거리와 광장, 지구촌 여러 나라의 선교지에까지 그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교회 속에서 보호받으며 성장하는 가톨릭 미술과 달리, 개신교 미술은 크리스천 작가들에게 공급된 풍성한 말씀의 체현으로서 다양하고 풍부한 성격을 가질 수 있었으며 그 활동 영역을 넓게 확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오의석 교수 (대구가톨릭대 환경조각과·대구기독미술선교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