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애옥] 한강 르네상스
입력 2010-04-11 20:48
주말이면 운동 삼아 집 가까이 있는 한강공원을 산책하는 기회를 가진다. 물음은 사랑에서 나온다고 배웠다. 강을 사랑하는 데서 강에 대한 진실한 물음들이 나옴을 경험하고 있다. 마침 서울시가 한강 프로젝트를 업그레이드 중임이 한없이 반갑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강이라 할 수 있는 한강이 지닌 문화·경제적 가치를 발굴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창조하고자 하는 계획이라고 한다.
문명의 발상지나 세계 유수의 도시들은 대부분 강을 끼고 있거나 도심의 주변으로 강이 흐른다. 세계 어디에 내어 놓아도 한강의 매력과 잠재된 가치는 빠지지 않는다고 본다. 파리의 센 강은 한강에 비교하면 규모가 매우 작은 수준이고, 네덜란드를 가로지르는 라인 강은 홍수의 위협을 받고 있는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제방과 풍차의 모습이 강하다. 독일의 라인 강이나 마인 강도 도시와 도시를 물로 연결시켜 준다.
일본의 고도(古都) 오사카 도심에 흐르는 요도가와는 준설 작업을 통해 강 모양을 갖춘 예로 들 수 있다. 우리의 한강과 유사한 면이 많은 영국 템스 강의 경우 오랜 세월의 전통적 모습을 강 주위에서 볼 수 있으면서도 과감한 투자로 지어진 현대식 건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다. 영국다운 컬러를 느끼게 하는 고품격 전통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영국의 타워 브리지나 120년이 훨씬 지났어도 그 아름다움과 안전성을 잃지 않는 해머스미스 브리지처럼 우리 강의 다리들도 매력이 넘치는 풍광으로 변신하기를 소망하게 된다.
수변 문화 공간의 다양성과 예술성도 장기적인 문화 투자가 우선 보장돼야 할 것이다. 우리 한강도 문화를 통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꾀하는 컬처노믹스(문화와 경제의 합성어) 프로젝트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 템스 강가의 ‘02 엔터테인먼트 콤플렉스’ 같은 문화 복합공간을 한강공원에서 머잖아 보게 될 것 같다.
한강의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좀더 인간 친화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발상으로 귀결되기를 소망한다. 여러 가지 거창한 구호의 이벤트적인 한강 살리기 프로그램보다 인간과 함께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우선될 때 한강의 회복과 창조는 바람직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 다시 말해 일련의 정책들은 민의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되 그 근간은 자연성 회복에 두기를 매일 한강을 보고 사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란다. 생각하고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됨을 실감하면서 말이다.
파리의 대표적 상징인 에펠탑의 탄생과 국제 고속철도 유로스타의 출발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스텝 바이 스텝.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우리의 한강을 느끼고 누리고 즐기는 마음이 가득해지다보면 벌써 한강은 우리에게 더욱 가깝고 아름답게 다가와 있지 않을까. 한강은 밀집된 에너지덩어리다.
김애옥 동아방송예술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