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무죄 선고… 재판부 “5만달러 수수 입증 부족”

입력 2010-04-09 21:11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공기업 사장 인사 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특히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지 않아 한 전 총리 사건은 무리한 검찰 수사 및 기소 논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검찰은 1심 판결에 강력 반발하며 즉각 항소키로 하고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 수사도 계속하기로 해 또 다른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는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2006년 12월 2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오찬에서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으로부터 2만, 3만 달러가 든 돈 봉투를 받았다는 공소사실과 관련해 “곽 전 사장의 뇌물공여 진술을 믿기 어렵고 검찰의 나머지 증거 역시 뇌물수수를 인정하는 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은 일관성,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이 부족하고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5만 달러를 전달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만큼 (공기업 사장 인사 청탁, 대가성 여부 등) 나머지 쟁점은 판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곽 전 사장에 대해 “궁박한 처지를 벗어나려고 검찰에 협조적인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곽 전 사장의 뇌물공여 혐의에는 무죄, 횡령 혐의엔 일부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선고 직후 대검 간부들과 회의를 갖고 “거짓과 가식으로 진실을 흔들 수는 있어도 진실을 없앨 수는 없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김주현 3차장검사는 “재판부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즉시 항소하고 상급심에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기동)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 한 전 총리가 건설업체 H사 전 대표 한모씨와 정치자금을 주고받는 데 중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한 전 총리 측근 김모씨를 조만간 불러 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돈이 오가는 과정에 김씨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주요 증거를 확보하는 대로 한 전 총리를 다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2007년 한 전 대표로부터 9억여원을 건네받았으며, 사무실 임대료 대납까지 포함하면 받은 돈은 1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혁상 양진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