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무죄 선고] 검찰총장 “진실을 없앨 순 없다”

입력 2010-04-09 21:19


검찰은 9일 법원 판결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선고 직후 대검 주요 간부를 긴급 소집했다. 김 총장이 “진실을 없앨 수 없다”며 강한 어조로 판결을 비판한 것은 검찰 내부의 불만을 집약한 것이다.

한 고위 간부는 “부패범죄 수사는 검찰 본연의 임무이므로 앞으로도 중단 없이 계속돼야 한다”며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수사를 강행할 뜻을 밝혔다. 회의에서는 “유감스럽다” “안타깝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판결이다” “진술거부권이 남용되는 사법 절차의 허점이 악용됐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회의는 2시간 가까이 진행돼 후폭풍을 경계하는 검찰 수뇌부의 깊은 고민을 엿보게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를 총괄했던 김주현 3차장검사가 기자회견을 자청, 강한 어조로 법원을 비판했다. 김 차장검사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은 수사 과정뿐 아니라 공개된 법정에서 뇌물을 줬다고 자백했다”며 “총리공관 오찬장에 가서 5만 달러를 줬다는 내용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일관성이 없다고 보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의 친분관계를 입증할 증거자료까지 법정에서 모두 제시됐는데도 판단이 누락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결론 내놓고 끼워 맞춘 판결”이라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아예 나무를 볼 생각도 없고 숲을 볼 생각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검찰이 무슨 조폭 집단이냐”며 “판사들이 적어도 가슴에 손을 얹고 돈을 안 받았다는 확신을 갖고 판결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반면 한 전 총리는 재판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한 사법부에 감사한다. 참으로 길고 험난한 과정이었다. 다시는 저처럼 억울하게 공작정치를 당하는 사람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한명숙 죽이기’가 다시 시작됐다. 치졸하다.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워 승리하겠다”고 말하며 검찰이 자신에 대해 또 다른 혐의를 잡고 수사를 시작한 것을 비판했다.

선정수 임성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