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1심 무죄’ 이후 지방선거 구도는…한숨 돌린 한명숙, 서울시장 野 후보 독주태세

입력 2010-04-09 21:59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9일 1심 법원에서 무죄를 받음에 따라 서울시장 선거를 비롯한 여야의 6·2 지방선거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후보 굳히기에 들어간 한명숙=한 전 총리가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데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유죄 같은 무죄’가 나올 것이란 예상과 달리 ‘깨끗한 무죄’를 받아 후보로서의 행보에 탄력을 받게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장 한 전 총리는 10일 동교동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만나는 데 이어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전직 대통령을 잇는 민주진영의 간판 주자로 뛰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한 전 총리는 이르면 다음주 공식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과 당 밖의 친노무현 세력은 이번 무죄 선고를 계기로 현 정권의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표적수사’ 문제를 다시 공론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지지세력을 결집시키고, 다음달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 열기와 묶어 지방선거를 ‘정권심판’ 구도로 만들어간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무죄 선고로 그동안 여당이 흐려놓았던 선거 구도가 정권심판 구도로 다시 제자리를 잡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무죄 한명숙’의 여당 대항마는=한나라당은 재판 초기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상황인 만큼 겉으로는 “선거 구도가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단 악재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수도권의 다른 선거에까지 영향이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치열한 당내 경선을 통한 분위기 반전이 도모되고 있다.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은 예외 없이 긴장하면서도 한 전 총리는 본인만이 상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측은 “무죄 이후 친노세력이 결집할 경우 선거가 아주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여론 지지율이 높은 후보를 본선에 내보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원희룡 의원 측 역시 “진보진영의 강한 결집이 예상되는 만큼 중도표를 흡수할 수 있는 후보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나경원 의원 측은 “선거가 어려워지게 된 만큼 당내 경선이 흥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여성 대 여성 대결구도가 펼쳐지면 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변수 없나=민주당 일각에는 한 전 총리가 재판 과정에서 이미지를 너무 구겼다는 이유로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주로 비주류와 이계안 예비후보 측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온다. 때문에 향후 1∼2주간 여론이 어떻게 흐르냐에 따라 경선 구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검찰이 1심 선고를 앞두고, 본격 수사에 착수한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사건도 한 전 총리가 넘어야 할 산이다. 검찰이 밝힌 액수가 10억원으로 만만치 않은 데다, 자칫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