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기자의 건강쪽지] 예방 가능한 위암·자궁경부암
입력 2010-04-09 21:14
위암과 자궁경부암은 한국인 사망 원인 1위와 5위에 각각 올라 있는 암입니다.
다른 암과 달리 발병 원인이 분명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데도 두 암으로 생명을 잃는 사람이 좀처럼 줄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그것은 두 암의 최고 위험인자로 꼽히는 병원체를 방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암과 자궁경부암의 발병은 공교롭게도 감염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위암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란 균, 자궁경부암은 ‘휴먼 파필로마 바이러스(HPV)’ 감염으로 발생한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입니다.
16세 이상 한국인의 약 60%에서 발견될 만큼 흔한 HP균은 위 점막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로,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을 일으키는 병원체입니다. 위축성 위염은 위 점막이 얇아지는 증상, 장상피화생은 위세포가 장세포 모양으로 변형되는 것을 가리키고, 위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HPV는 성교에 의해 전파되는 바이러스로, 자궁경부암 환자에게서 특히 많이 발견됩니다. 이 때문에 자궁경부암을 성인성(性因性) 질환, 즉 성병으로 재분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HP균은 위내시경을 이용한 조직검사, HPV는 질세포진 검사와 바이러스 선별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HP균은 강력한 위산분비억제제와 2가지 항생제를 섞어 1∼2주간 복용하는 방법, HPV는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 백신 접종으로 감염과 증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암 전문가들은 병원체를 박멸하는 것으로 위암과 자궁경부암의 90% 이상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