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박재찬] 도요타 리콜, 할 일 하고도 욕먹는 국토부
입력 2010-04-09 18:19
한국도요타의 ‘늑장 리콜’을 두고 뒷말이 많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리콜은 자발적인 조치다. 지난달 자체적으로 문제를 발견해 국토해양부에 즉시 알렸다”고 자발적 리콜임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국토부 산하 자동차성능연구소가 물증을 들이대자 결국 리콜을 수용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토부는 자동차성능연구소를 통해 국내 도요타 차량의 가속페달 매트 걸림 가능성에 대해 한 달 남짓 조사를 벌여왔다. 시판 중인 매트 17종을 국내외 44개 차종에 적용해 보고 문제점을 낱낱이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소 측은 일부 국내 매트제품 가운데 가속페달을 누르는 현상을 발견하고 지난달 초 도요타 측에 3개 차종의 리콜을 통보했다. 그러자 도요타 측은 “우리가 공급하지 않은 매트를 두고 리콜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캠페인을 통한 무상수리를 제안했다는 것.
하지만 조사·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소 측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자 도요타 측은 1주일쯤 뒤 “자체 조사결과 구형매트에 대한 문제 발생 가능성이 발견됐다”며 해당 차종에 대한 리콜을 발표했다. 외견상 도요타 측의 ‘자발적 리콜’이지만 사실상 연구소의 리콜 요구를 도요타가 수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토부로선 내심 불쾌할 법도 한데 할 말이 없다. 자동차성능연구소가 도요타 구형매트에 대한 조사를 빠뜨렸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미국에서 리콜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10월 이후 국내 도요타 차량에는 더 얇고 가벼운 신형매트로 교체해 문제가 없다고 밝혔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형매트와 구형매트의 모양이 똑같아 구형매트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았다”면서 “도요타가 스스로 인정할 때까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미국 등 강대국에선 일찌감치 리콜 발표와 사과를 하고도 한국에선 끝까지 ‘거짓말’로 버티려했던 도요타 측이나 3개월 남짓 조사를 하면서도 꼼꼼하지 못했던 국토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이유다.
산업부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