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서민금고 ‘건전성 강화’ 고삐
입력 2010-04-09 18:20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부동산 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저축은행은 그동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을 무리하게 늘렸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연체율이 15%를 넘어서는 등 건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압박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형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서 금융위원회로 이관했다.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해 서민금융회사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이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서민금융회사 건전성 강화 방안을 9일 발표했다.
◇저축은행 ‘부동산 대출’ 압박=금융위가 저축은행에 칼을 빼든 것은 부동산 대출 쏠림 현상, 대주주 도덕적 해이, 부실화 등 갖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저축은행의 PF 대출 한도를 현재 30%에서 내년 중 25%로 낮출 방침이다. 이어 2013년까지 20%로 축소키로 했다. PF·부동산·건설·임대업에 돈을 빌려 줄 때는 대출 한도액이 전체 대출액의 50% 넘지 못하도록 제한키로 했다. 저축은행은 그동안 서민 대출을 등한시한 채 부동산 관련 대출에 집중하면서 건설경기 변동에 취약해졌다. 현재 저축은행의 전체 대출 64조3000억원 가운데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은 49.9%에 이른다. 부동산 관련 대출이 50%를 넘는 저축은행은 36곳이고, 초과금액은 3조원에 이른다.
금융위는 한도를 초과했을 때 신규 PF·부동산 관련 대출을 금지하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초과액만큼 위험가중치를 부과키로 했다. 현재 위험가중치는 100%인데 올해 안으로 120%, 2013년에 150%로 올릴 방침이다.
또 저축은행의 BIS 비율 최저치를 현재 5%에서 은행 수준인 7%로 올리기로 했다. BIS 비율을 지키지 못하면 적기 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금융위는 자산이 2조원을 초과하는 대형 저축은행부터 우선 적용하되 3∼5년 동안 규제 수준을 강화할 계획이다. 중소형 저축은행은 대형 저축은행과 2∼3년의 시차를 두기로 했다.
저축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 도입된다. 금융위는 오는 9월 23일부터 시행하는 저축은행법 개정안에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매년, 중소형 저축은행은 2년마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지분 2% 이상 보유자)의 적격성을 심사하도록 명시했다.
◇대부업체도 엄격하게 감독한다=대형 대부업체(자산 규모가 100억원 이상이거나 자산과 부채를 합쳐 70억원 이상)는 금융위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 그동안 지자체가 대부업체를 감독했지만 전문성이 떨어져 사각지대가 많았다.
우선 금융위는 대형 대부업체에 여신전문금융회사 수준의 건전성 감독, 공시, 약관제도 등을 도입할 방침이다.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하고, 건전한 서민금융회사로 육성하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상호금융회사(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농·수협, 산림조합 등)가 비과세 예금으로 유치한 돈을 위험자산인 유가증권(주식, 회사채 등)에 과도하게 투자하지 못하도록 규제키로 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