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통신시장 점유경쟁 점화… SKT “대리점서 초고속인터넷 등 재판매” 선전포고

입력 2010-04-09 18:19

유선 통신시장 전쟁이 시작됐다. 경쟁사 독주에 한발 물러서 있던 SK텔레콤이 본격적으로 유선시장에 뛰어들었다. 유선 집전화 시장은 KT가 2월 말 현재 시장점유율 89.4%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가운데 SK브로드밴드와 통합LG텔레콤이 각각 8.9%, 1.7%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전화 시장에선 지난달 말 현재 통합LG텔레콤이 40%로 1위를 기록하고 있고 KT(34%)와 SK브로드밴드(26%)가 추격 중이다.

SK텔레콤은 9일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유선상품을 SK텔레콤 대리점에서 재판매 방식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리점이 SK브로드밴드와 위탁판매 계약을 맺고 유선상품을 팔아왔지만 이날부턴 별도의 계약 없이 제품을 직접 팔 수 있게 된 것. 대상은 초고속인터넷과 시내전화, 인터넷전화다. SK텔레콤은 별정2호사업자(설비미보유 재판매)로 등록했고 SK브로드밴드도 방송통신위원회에 도매 약관 신고를 완료하는 등 관련 절차를 다 끝냈다.

SK텔레콤은 유·무선 융합시대에 경쟁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이미 합병까지 한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라며 “적시에 결합상품을 출시하는 등의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심기는 불편하다. SK텔레콤이 무선시장 지배력을 동원, 유선시장을 혼탁하게 만들 것이란 주장이다. 스마트폰 활성화로 다소 흔들리긴 했지만 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의 위상은 막강하기 때문. 특히 SK브로드밴드가 지난달 말 내놓은 ‘집전화 망내 무료 요금제’가 SK텔레콤의 자금력, 마케팅과 결합하는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이 요금제는 일반 집전화 가입자끼리 무료 통화가 가능한 첫 상품으로 월 100시간까지 가입자 간 무료 통화가 가능하다.

과거 합병 전 KT가 KTF의 이동통신 제품을 재판매할 때 SK텔레콤은 계열사 부당 지원 등을 이유로 반발한 바 있다. 경쟁사 관계자는 “한때 스스로 비판했던 행동을 자기네들이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며 “재판매가 이뤄지면서 유선시장의 경쟁 상대도 SK브로드밴드가 아니라 SK텔레콤이 됐다”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