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키르기스 과도정부 지지”

입력 2010-04-09 21:27

유혈시위 사태가 발생한 키르기스스탄이 차츰 안정을 찾고 있다.

수도 비슈케크 중심부의 알라투 광장에서는 9일 오전 1000여명이 모여 지난 이틀간 시위 과정에서 숨진 사람들을 추모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틀간의 총격전에서 사망자만 최소 75명, 부상자는 수백명에 이른다.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대통령이 비슈케크를 떠나 피신한 뒤에도 8일 밤 또 한 차례 보안군과 시위대 간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날 밤에만 최소 67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보건부는 밝혔다.

하지만 9일 오전에는 추모식에 이어 불탄 차량을 치우는 등 질서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과도정부 수반인 로자 오툰바예바 사회민주당(SDP) 대표도 신속하게 후속 조치를 취했다. 그는 10일을 희생자 추모의 날로 정하는 한편 미 대사관과 접촉하고 러시아에는 대표단을 파견했다.

국제사회의 관심 사항인 미군기지 폐쇄 문제에 대해서도 “현재의 임대 계약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키르기스스탄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군과 러시아군이 동시에 주둔하고 있다. 논란이 된 미군의 마나스 공군기지 폐쇄 문제에 대해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국제사회도 정권 교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 백악관과 러시아 크레믈린은 키르기스스탄에 대한 공동성명 발표를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미 과도정부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만큼 미국도 이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남부지역 오쉬로 피신한 바키예프 대통령은 영국 BBC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물러나지 않았다”며 “이른바 과도정부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권력에 복귀할 물리적인 수단이 없음을 인정했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