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태형] 마지막 말

입력 2010-04-09 17:42

죽을 날이 임박한 다윗왕이 아들 솔로몬에게 마지막 말을 한다. “내가 이제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로 가게 되었으니 너는 힘써 대장부가 돼라.”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이라는 말이 인생을 생각하게 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스스로의 목적을 갖고 인생의 산맥을 넘어간다. 제각기 걸어가지만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가는 길이 있다. 바로 죽음의 길이다.

그 죽음의 길 목전에서 사람들은 마지막 말을 한다. “이날은 나의 승리의 날이다. 나의 대관식 날, 영광스러운 날이다!” 미국의 복음 전도자 무디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마지막 말이다. 아마 대부분 한두 번쯤은 접해 보고 씩 미소 지었음직한 묘비명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로운 유언’을 남길 수 있지만 미처 겨를 없이 이 땅을 떠난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특히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은 마지막 말을 남길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천안함 침몰 사고 실종자들이 한 명, 두 명씩 싸늘한 시체가 되어 발견되고 있다.

배가 침몰되었다. 나갈 길은 없다. 물이 들어온다.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로 가게 될 수밖에 없었을 때에 그들의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을까. 비록 우리에게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들 모두가 마지막 말을 했을 것이다. 가족들을 떠올리며 “이제 갑니다. 사랑했어요”라고 말했을 것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 그리운 사람들과 다시 만날 날을 소망했을 것이다.

그들을 그리워하며 단장의 슬픔에 비통해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살아 돌아온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 채 죄송스러워한다. 무엇으로 가족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이라는 구절 하나로 그들을 위로하고 싶다. 그 길은 천안함 속에서 삶을 마친 우리의 젊은이들만 가는 길이 아니다. 슬퍼하는 가족들도, 지켜보는 국민들도, 기적적으로 생환한 젊은이들도 간다. 아무리 길게 잡아도 100년 후에는 모두가 동일한 입장이 된다. 비록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가족들에게, 동료들에게 했을 마지막 말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마지막 말, 그 ‘무언의 말’을 생각해보자.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