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역사연구소 강좌 “민족가치에 치우쳐 기독교의 근대화 공헌 축소”
입력 2010-04-09 17:53
한국사회 안에는 교회를 괴롭히는 황당한 주장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기독교를 제국주의 열강과 일제 침략을 옹호한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료와 교육, 복지 등에 주력했던 선교사들이 조선을 통치하기 위한 문화제국주의적 야심을 품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전혀 별개일 것 같은 두 주장은 사실 배타적 민족주의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배타적 민족주의는 역사 발전에서 민족 내부의 요인을 중시하고 외부적 요인을 배제하는 ‘내재적 발전론’이란 사관(史觀)을 만들어냈다. 외부적 요인인 기독교가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서 모두 합쳐봐야 2∼3쪽 분량도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불교나 유교는 몇 개 단원을 차지한다.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가 최근 서울신대에서 개최한 영익기념강좌에서 한국사회가 내재적 요소들을 지나치게 강조해 교회 역할을 제대로 조명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발제에 나선 이은선 안양대 교수는 “역사란 내·외적인 요인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발전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의 중·고등학교 교과서는 내재적 발전론 입장에서 서술돼 있기 때문에 기독교 등 외부적 요인을 배척하고 있으며, 민족적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조선사회는 전통 유교사회를 벗어나 기독교를 통해 새로운 근대문명을 수용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다”면서 “한국사회가 근대사회로 발전하는 데 큰 공헌을 한 선교사를 문화제국주의자로 몰아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박명수 서울신대 교수는 초기 한·미 관계에서 기독교가 조선 정부의 ‘손님’ 자격이었으며, 서구 문명과 기독교의 유입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개화기 조선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개화였고 전통적인 유교는 이 문제에 답을 줄 수 없었다”면서 “기독교는 서구 문명을 받아들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통로였다”고 설명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