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많은 변덕스런 봄날씨… 트렌치코트 한벌이면 패션 굿∼

입력 2010-04-09 17:34


때는 봄, 봄은 따사로운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 오 노(Oh No)! 올봄은 절대 아니다. 눈 오고 비바람 불고, 그리고 싸늘하다. 그래도 봄인데 두툼한 코트는 입기 싫다. 이럴 때 변덕스런 봄 처녀의 앙칼스런 바람을 막아주면서도 화사한 멋도 즐길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트렌치코트다.

백화점마다 트렌치코트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이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은 지난달 한 달 동안 트렌치코트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나 더 팔렸다. 다른 백화점들에서도 트렌치코트의 인기는 높다.

씨(SI) 디자인실 양선영 실장은 “트렌치코트를 찾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올봄 날씨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몇 해 전부터 변화되던 트렌치코트가 이번 봄에는 그 강도가 세지면서 디자인, 색상 패턴이 다양해져 패션 리더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렌치코트가 변신을 꽤했다고? 견장과 버클, 무릎길이의 더블버튼이나 싱글버튼 트렌치코트를 조르르 단추 채우고 벨트까지 매서 입었던 이들이라면 별다른 것이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하다. 지금 살짝 고개가 어느 한쪽으로 돌아가려 한다면 트렌치코트 매장으로 나가보자. “저거 트렌치코트 맞아?” 할만한 것들이 여러 벌 걸려 있을 터이다.

빈폴레이디스가 삼성패션 & 디자인 펀드 4회 수상자들인 정욱준, 에이미조, 소니아 윤과 함께 협업(콜레보레이션)으로 내놓은 트렌치코트를 봐도 정말 갖가지다. 트렌치코트가 긴소매에 무릎길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할 듯하다. 통 넓은 5부 소매가 있는가 하면, 앞기장이 배꼽을 살짝 가릴 만큼 짤막한 것도 있다. 또 판초를 빼어닮은 것도 있다. 트렌치코트로 유명한 버버리 프로섬은 어깨에 주름을 여러 겹 잡아 부풀린 디자인을 내놓기도 했다.

소재도 개버딘이나 면이 대세였던 예전과 달리 실크, 반짝이는 폴리에스테르(샴브레인) 등이 많아졌다. 색상도 검정 감색 베이지색 일색에서 벗어나 핑크 노랑 연두색 등 화려해졌고, 패턴도 다양해졌다. 베스띠벨리는 체크, 물방울무늬, 기하학적 무늬의 트렌치코트를 올봄 신상으로 내놓았다.

클래식의 묵직함을 벗어던진 트렌치코트는 입는 법도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긴 스카프를 내려뜨리거나 어깨에 두루는 것으로 멋을 냈다면 올봄에는 색다른 시도를 해보자.

패션 트렌드 쇼핑몰 ‘오가게(www.ogage.co.kr)’ 윤경빈 스타일리스트는 “빈티지한 느낌의 트렌치코트라면 버튼은 풀어 놓은 채 굵은 벨트나 혹은 스카프로 허리를 질끈 묶고 다양한 아이템을 레이어링(덧입기)하는 스타일로 연출해보라”고 조언한다. 이때 한 치수 작은 사이즈를 고르든가 뒤쪽을 벨트로 묶어 앞쪽이 벌어지게 해 속에 입은 옷이 보이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7부 레깅스나 부츠를 신으면 톡톡 튀는 멋을 즐길 수 있다. 재킷처럼 짧은 길이는 시폰미니드레스나 플레어스커트, 팬츠와 같이 입으면 멋스럽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트렌치코트도 격식을 포기하고 가벼워졌다. 폴 스미스는 다홍색, 비비안웨스트우드는 푸른색 체크무늬, 에뜨로는 인상파화가의 그림 같이 풍부한 색감의 트렌치코트를 무대에 올렸다. 국내 브랜드들은 이들처럼 대담하진 않지만 그래도 많이 달라졌다. 견장을 아예 떼어내거나 길이도 무릎 위로 살짝 올라가는 것들이 눈에 띈다.

LG패션 마에스트로 디자인실 최혜경 실장은 “트렌치코트는 작은 센스만으로 시크함을 살릴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이라면서 “단정한 셔츠에 타이 대신 스카프를 매치한 뒤 덧입으면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남성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 실장은 또 “키가 작은 편이라면 미니멀한 디자인의 변형된 트렌치 코트를 선택하고, 벨트가 얇거나 아예 없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