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만 압박…관광 재개위한 ‘벼랑끝 전술’ 분석
입력 2010-04-09 00:26
북한이 8일 남측 당국과 한국관광공사가 소유한 부동산을 동결하고 관리 인원을 추방한 것은 남측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관광 폐쇄 쪽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달 4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대변인 담화를 통해 경고한 남측 부동산의 동결, 관광 사업과 관련한 합의와 계약 파기 등 특단의 조치 중 1단계 조치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북측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부동산 조사의 후속 조치를 8일 만에 취한 것이기도 하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남측 당국을 압박하면서 예고한 조치를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취할 것”이라며 “역설적이지만 관광 재개를 위해 상황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북한이 특단의 조치를 잘게 쪼개면서 단계적으로 위협의 수위를 높여가는 ‘살라미 전술’을 쓰는 것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북한은 일단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이산가족면회소와 소방서, 한국관광공사가 투자한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만을 동결했고, 부동산 조사에 응한 현대아산과 에머슨퍼시픽, 일연인베스트먼트 등 민간기업의 부동산은 동결 대상에서 제외했다.
부동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권을 박탈한 현대증권과 이든상사, 평안섬유공업주식회사 역시 이미 홍보용 부스나 기념품 판매점을 철수시킨 업체이기 때문에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의 발표가 간접적으로나마 천안함 침몰 사고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북측이 천안함 사고 이후 부동산 동결 조치 발표를 며칠간 늦추면서 호흡을 조절한 측면은 있지만, 결국은 예정했던 발표를 그대로 강행해 천안함 사고와는 무관하고 결백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애쓴 것 같다”고 말했다. 자칫 부동산 동결 조치 발표가 늦어질 경우 천안함 사고 때문에 조치를 미루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은 그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개성공단까지 이번에 다시 위협 대상에 집어넣어 남북관계의 긴장감을 다시 한번 고조시켰다. 남북 경협 관련 시민단체인 남북포럼 김규철 대표는 “유일하게 남은 개성공단 폐쇄도 단순 위협용 카드는 아니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개성공단도 금강산 관광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은 향후 새 사업자와의 계약 체결 등 후속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안의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