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원봉사 새 지평 여는 ‘1004 봉사단’
입력 2010-04-08 18:45
우리 사회에 나눔 문화가 확산되면서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봉사자는 320만명, 활동 참여자는 100만명을 넘었다. 집계가 시작된 2005년의 83만명과 34만명에 비해 서너 배 늘어난 수치다. 선진 국가를 가늠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자원봉사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막상 활동 내용을 보면 초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단순 노력봉사에 그쳐 직능별로 전문화된 봉사를 요구하는 복지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2009년만 해도 전체 봉사활동 가운데 77%가 시설봉사에 집중된 반면 전문봉사는 0.4%에 그쳤다. 자원봉사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어제 출범시킨 ‘1004 지역사회봉사단’은 인적 풀을 구성해 수혜자가 필요로 하는 능동적 서비스 체계를 구축한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사회복지 봉사활동 인증관리 시스템(VMS)에 등록한 봉사 동아리를 지역별, 직능별, 보유역량별로 지역사회봉사단에 묶은 뒤 복지 수요에 대처하는 통합형 봉사활동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보건 분야의 경우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등 직능단체와 의료취약계층을 연계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생활 여건 분야는 독거가정의 전기 및 가스 안전점검, 가옥의 누수 방지 등 실질적인 봉사에 치중하도록 했다.
맞춤형 봉사를 위해 중앙과 광역자치단체별로 1명씩 모두 17명의 코디네이터를 둔 점도 평가할 만하다. 이들은 지역별 1004 봉사단을 구성하고 클라이언트로부터 일감을 발굴해 연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앉아서 하는 소극적 봉사를 탈피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현장 경험이 많은 사회복지사들 가운데 선발한 만큼 이들의 활동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자원봉사 활동의 선진화는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인한 인력 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봉사활동에 나섰던 참여자가 체계화되지 못한 시스템에 실망해 활동을 접는 사례가 많다. 이번 ‘1004 지역사회봉사단’에 한국 자원봉사 활동의 질적 변화를 이끄는 선봉장 역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