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음공해에 찌들어 모두 병들고 있다
입력 2010-04-08 18:45
대한민국은 ‘소음공화국’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전국 45개 도시 348개 지역에서 연평균 환경소음을 측정한 결과 낮 시간대에는 주거지역 10곳 중 6∼7곳이, 밤 시간대엔 10곳 가운데 8곳 이상이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그제 밝혔다. 상업지역도 아닌 주거지역에서 이처럼 소음이 심각하다는 것은 전국 어디에 살든 조용한 분위기 속에 일하기도, 잠을 청하기도 어렵게 돼 버렸다는 얘기다.
실제 도시인들이 느끼는 생활소음은 보통이 아니다. 낮에 집에 머무르면 야채트럭 행상의 확성기나 개 짖는 소리, 배달 오토바이들의 엔진음이 뒤섞여 귓전을 때린다. 밤이면 인근 슈퍼나 놀이터 등에 서성이는 취객들의 떠드는 소리가 거실 안으로 밀려온다. 외출 때면 지하철과 시내버스 안내방송, 광고방송, 휴대전화 통화소리, 각종 공사장의 굉음, 상점들의 외부 스피커가 청신경을 괴롭힌다.
주거지역의 소음도가 높아진 것은 지역개발 등으로 인구와 교통량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이번 조사에서 경기도 화성과 평택 김포 등의 소음도가 높게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민들의 소음에 대한 둔감한 인식과 경각심 부족이 주요인이라고 해야겠다.
생활소음이 건강과 정서에 해롭다는 것은 상식이다. 장시간의 과도한 소음에 노출되면 수면장애와 청력장애, 불안증 등이 생겨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선진국들이 생활소음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근래 일부 지자체가 소음공해를 줄이기 위해 조례를 만들거나 소음감시반, 신속대응반을 꾸리는 등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정부는 좀처럼 줄지 않는 소음공해의 폐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관련 법규를 강화하고 소음 유발 요인들에 대한 단속을 보다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만으론 안 된다. 좋은 법규와 조례를 만들어도 국민의 인식이 받쳐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소음공화국의 오명을 벗으려면 무엇보다 남을 배려하는 시민의식과 공동체 정신이 사회에 뿌리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