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갈린 레몬혁명 주역… 바키예프 대통령 실각, 오툰바예바 과도정부 수반으로
입력 2010-04-08 18:38
쿠르만베크 바키예프(61)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로자 오툰바예바(60) 과도정부 수반은 5년 전 레몬혁명의 공동 주역이었다. 그러나 이젠 그들의 운명은 정반대로 엇갈렸다.
바키예프는 지난 7일(현지시간) 밤 비행기에서 수도 비슈케크의 야경을 내려 보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그는 2005년 오툰바예바와 함께 반정부 시위대를 이끌며 비슈케크의 정부 건물을 점령, 이른바 레몬혁명을 성공시켰다. 이어진 대통령 선거에서 그는 무려 89%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권좌에 올랐다. 하지만 5년 만에 전임자 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과 똑같은 신세가 돼 비슈케크에서 쫓겨났다.
러시아 유학파 출신의 전기 엔지니어인 바키예프는 1990년 고향인 잘랄라바드 지역구 의회 서기로 선출되면서 정계에 입문한 뒤 시장과 주지사를 거쳐 2001년 총리에 올랐다. 이듬해 야당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 5명이 숨진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레몬혁명으로 집권하면서 바키예프는 변화를 약속했으나 오히려 더 강력한 야당 탄압과 대통령 권한 강화로 반발을 불렀다. 비슈케크에서는 2006년부터 반정부 시위가 계속됐고, 2차례 선거를 감시한 국제기구들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왔다.
바키예프가 비슈케크를 떠난 이날 새로운 과도정부 수반으로 지명된 오툰바예바는 오랫동안 외교관 생활을 해온 인물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 그루지야 등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2004년 귀국한 뒤 야당을 결성, 활발한 정치 활동을 해왔다. 레몬혁명 이후 외무장관에 지명됐다. 하지만 바키예프가 등을 돌리자 다시 반정부 세력을 규합해 2006년부터 개헌과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주도했다. 키르기스스탄 국민들은 이제 부패와 독재에서 자유로운 민주적인 정치가 이뤄질 것인지, 전임자와 같은 잘못이 되풀이될 것인지 두 사람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