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도지는 그리스 재정위기
입력 2010-04-08 18:38
그리스의 재정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시중 은행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증시에선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유로화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주가지수가 소폭(0.66%) 하락한 것도 그리스 위기의 여파로 분석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그리스 중앙은행 통계를 인용해 올해 들어 2월까지 두 달간 그리스 시중 은행에서 100억 유로(약 15조원)가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은행 예금의 4.5%에 이르는 거금이다. FT는 “국가 부도 위험이 커지면서 부유층이 자금을 인출해 해외로 옮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스의 4대 대형 은행은 자금 부족 사태에 직면해 고객의 돈을 제대로 내주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들은 그리스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그리스 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한 채권의 이자율이 10년 만기 7.13%에서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같은 유로화를 쓰는 독일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그리스의 국가 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프리미엄도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아이슬란드보다 더 높아졌다. 금융시장에서 그리스가 사실상 국가파산 사태에 직면한 아이슬란드보다 더 위험하다고 본다는 의미다. 아이슬란드의 CDS프리미엄은 400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인데 그리스는 7일 415bp를 기록했다.
WSJ은 그리스 정부 내 익명의 소식통이 전날 IMF의 지원을 거부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게 불안을 가중시켰다고 전했다. 지난달 유럽연합(EU)이 IMF 지원을 받는 것을 전제로 그리스를 돕기로 결정했지만 그리스가 까다로운 IMF의 조건을 거부할 경우 원점으로 돌아간다.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유로존이 합의한 그리스 지원 조건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