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치료 전문가 美 가트맨 박사 부부 방한… 아이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유치한 선택이라도 존중

입력 2010-04-08 19:05


“자녀를 정서 지능도 높고 학교 성적도 우수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가족치료 전문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 워싱턴대 석좌교수 존 가트맨(67) 박사는 8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녀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들이 솔깃할 만한 주제를 던졌다. 가트맨 박사는 HD마음뇌과학연수센터 초청으로 동료이자 아내인 줄리 슈워츠 가트맨(59) 박사와 방한했다.

부부를 연구하다보니 부모-자녀 관계도 연구하게 됐다는 그는 “자녀교육에 감정 코칭을 도입하면 된다”고 밝혔다. 감정 코칭의 기본은 상대를 존중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즉 자녀라 할지라도 일방적으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해선 절대 안 된다는 것. “무엇을 원하니?” “어떻게 할까?” 이렇게 물었을 때 아이가 다소 유치한 선택을 하더라도 그것을 존중해주라고 가트맨 박사는 강조했다. 엉뚱한 선택을 했을 때 아이는 그 경험을 통해 책임을 배울 수 있게 된다는 것. “부모가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한다면 당장 실패할 염려는 줄어들지만 자녀는 성장할 기회를 잃게 된다”는 그의 말은 우리나라 부모들이 특히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줄리 여사는 “아이가 화났거나 슬퍼할 때, 놀랐을 때 그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아이가 잘못했을 때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하는 것이 꾸중보다 앞서야 된다”고 말했다.

자녀를 잘 키우고 싶은 부모들이 실천해야 할 사항으로 가트맨 부부는 감정 코칭과 함께 행복한 부부생활을 꼽았다. 이들이 36년간 3000쌍의 부부를 관찰한 결과 출산 후 첫 3년 동안 70%의 부부가 급속히 사이가 나빠졌다. 그런 부모 사이에서 자란 아이들은 공포와 불안을 느끼고 신경회로에도 영향을 줘 정서와 지능에도 해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트맨 박사는 “사이좋은 부모, 특히 남편이 임신한 아내를 존중해주고 육아에도 적극 참여할 때 자녀들은 생후 3개월부터 다르다”고 했다. 훨씬 잘 웃고 덜 보채며 진정을 빨리하고, 두뇌신경회로도 발달한다는 것. 이런 아이들은 자라면서 집중력이 높고 안정적이어서 공부도 잘한다는 것이 이들 부부의 추적 결과다.

줄리 여사는 “부부치료 전문가인 우리도 부부싸움을 수시로 한다”고 했다. 싸운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가트맨 박사는 “싸움의 내용이 아니라 싸우는 방식이 문제”라고 했다. 이들은 “문제를 부드럽게 꺼내고 비난 경멸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매우 화가 났을 때는 30분 정도 그 자리를 피하라”고 고전적인 방법을 들려줬다.

글·사진=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