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공직생활 중 70%는 옳아… 21년간 큰 실수도 많았다”

입력 2010-04-08 19:28

‘미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자신의 과오를 공개적으로 변론하고 나섰다.

그린스펀은 7일(현지시간) 미 의회 산하 금융위기조사위원회에 출석해 “공직생활 중 70%는 옳았지만 30%는 틀렸다. 21년 동안 큰 실수도 많았다”고 자신의 과오에 대한 책임을 두루뭉술 넘겼다.

그는 특히 연준 의장 재임시절 장기간의 저금리 정책이 자산거품 현상을 초래해 결국 금융 위기를 야기했다는 비판에 대해 “저금리 정책이 주택시장의 거품을 키운 게 아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금융 위기의 원인이 됐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원리금 상환 연체 문제를 설명하며 자신의 정책적 판단을 옹호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 발생은 위험한 주택대출을 증권화해 다시 잘라 매각한 데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은행들이 주택모기지 증권에 대한 신용평가기관의 허점투성이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한 점도 지적했다.

그린스펀은 서브프라임 대출 억제에 대한 연준의 조치 미흡과 관련해 “연준엔 규제를 강화할 권한이 제한돼 있었다”며 “소비자를 약탈적 금융대출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제2 금융 위기를 사전에 완벽하게 방어할 방법이 없지만 금융회사의 자본 확충과 담보요건 강화로 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린스펀은 제럴드 포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3년간 지냈고, 1987년부터 미국의 4개 행정부에 걸쳐 18년간 미 연준 의장으로 재직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