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정치자금 수수의혹 추가 수사… 검찰 ‘치명적 상처’ 감수한 승부수
입력 2010-04-08 21:31
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선고를 하루 앞두고 8일 다른 의혹에 대해 전격적으로 추가 수사에 나선 것은 뇌물 재판에서 무죄가 나올 경우에 대비한 포석이란 관측이 많다. 재판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질 만큼 검찰이 절박하다는 것이다.
검찰 수뇌부는 한 전 총리 재판 결과에 따라 청와대나 한나라당이 지게 될 정치적 부담을 검찰이 대신 뒤집어쓸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이후 크게 흔들린 조직이 또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어 사전에 이를 막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 전 총리 정치자금 의혹 사건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동원됐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사실상 검찰총장 직할 부대나 다름없는 특수1부가 나선 것은 검찰 수뇌부 의중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볼 수도 있다.
이는 그동안 검찰 수뇌부가 보여준 입장과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한 전 총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김준규 검찰총장 등 대검에 있는 수뇌부 대신 서울중앙지검 차원에서 책임을 지고 조직을 보호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임채진 검찰총장의 뼈아픈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판이 거의 매일 중계되는 과정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법정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개입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검찰 출신 인사조차도 “특별수사를 이렇게 허술하게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는 질타가 이어지자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한 전 총리의 5만 달러 사용처 추적과 관련, 기존 수사팀인 특수2부 외에 특수1부와 대검 첨단범죄수사과가 지원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한 전 총리 개인을 목표로 한 별건 수사라는 지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선고를 하루 앞두고 또 다른 의혹을 수사한다는 것 자체가 별건 수사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검찰 관계자는 “별건 수사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며 “새로운 의혹 수사가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선택이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검찰 스스로 정치자금 의혹 수사는 뇌물 사건과는 별개라고 밝힌 만큼 9일로 예정된 한 전 총리에 대한 뇌물수수 의혹 재판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훈 임성수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