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후원금 ‘공천 대가성’ 냄새 솔솔

입력 2010-04-08 09:30

국회의원 후원금이 부쩍 줄어 199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자체장이나 시·도의원이 해당 지역 의원에게 보험성 후원금을 내는 행태는 여전했다. 이들 중 일부는 6·2 지방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공천을 바라고 후원을 한 셈이어서 대가성 의혹마저 제기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8일 공개한 ‘2009년도 정당·후원회 등의 수입·지출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의원 후원회 모금액은 총 411억6719만원으로, 전년도 634억429만원보다 35.0%나 급감했다. 이는 1999년(491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후원금 모금 1위는 2억2135원을 기록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었다. 지난해 후원금 1위였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억5470만원을 모금해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2위를 차지했다. 권 의원 외에 홍희덕, 강기갑, 이정희 의원까지 민노당 의원 4명이 상위 10위 안에 들어 탄탄한 후원층을 과시했다.

지방선거 공천 신청자 중 해당 지역구 의원에게 미리 보험성 후원금을 낸 이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한나라당 영남쪽 의원들에게 집중됐다. 이위준 부산연제구청장은 박대해 의원에게 11차례 440만원을 냈다. 예천군수에 도전장을 낸 김학동 푸른학원 이사장은 이한성(경북 문경·예천) 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했다. 정해걸 의원에게는 군위군수와 의성군수에 각각 출사표를 낸 장욱 전 경북도의원과 최유철씨가 500만원씩 후원했다. 부산 사하구청장을 노리는 박홍주 시의원은 현기환 의원에게 500만원을 제공했다. 이밖에 정갑윤 안효대 안홍준 의원에게도 이번 지방선거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들이 360만~5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경기도에서는 이세종 양주시장 예비후보자가 김성수 의원에게 400만원을 후원했다. 자유선진당 이재선 의원도 대전 서구청장에 도전한 전득배 목원대 교수에게 440만원을 후원받았다.

상임위 의원들에 대한 보험성 후원 관행도 되풀이됐다. 교육과학기술위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상지학원 설립자로부터,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동아인재대학 총장으로부터 후원금 500만원을 받았다.

대기업 CEO의 후원도 적지 않았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이수그룹 김상범 회장과 한국투자증권 김남구 사장으로부터 500만원씩을 후원받았다. 같은 당 이춘식 의원은 동아건설 정병섭 부회장에게서 500만원을 기부받았고 정옥임 의원은 에이스침대 안성호 대표이사, 삼구 박종구 회장으로부터 500만원씩을 받았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