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에 불법 정치자금 10억 건넨 의혹…檢, 건설사 등 3∼4곳 압수수색

입력 2010-04-09 00:15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기동)는 8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건설업체인 H사 대표로부터 10억원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정황을 잡고 H사와 자회사인 K사, 회계법인 등 3~4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받은 돈 중 일부가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선거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에 있는 H사와 K사에 수사관 20여명을 보내 재무제표와 각종 회계장부, 감사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2008년 3월 최종 부도처리된 H사의 채권단이 회사 자금흐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H사 대표가 거액의 자금을 한 전 총리 측에 건넸다는 의혹을 제보하자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H사는 한 전 총리가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던 지역구(경기 고양 일산동구)에 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2007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H사로부터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한 전 총리의 5만 달러 뇌물수수 사건 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수사하면서 검찰과 한 전 총리 간 전면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9일로 예정된 한 전 총리의 5만 달러 뇌물수수 사건 선고 결과와 관계없이 이번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총리 기소 후 제보가 들어와 확인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의무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새로운 증거로 제출해 변론 재개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재개 신청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측은 검찰이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서자 강력 반발했다. 조광희 변호사는 “검찰이 뇌물 관련 재판 결과가 불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별건 수사를 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는 사실과 무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한 전 총리에 대한 명백한 흠집내기 수사라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의 5만 달러 뇌물수수 사건 선고는 9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에서 열린다.

이제훈 임성수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