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野, 정권 장악 선언

입력 2010-04-08 21:38

키르기스스탄 반정부 세력이 유혈 시위를 벌인 지 하루 만에 정권 장악을 선언하고 과도정부를 구성했다.

야당 아크-숨카르당의 지도자 테미르 사리예프는 8일 국영 라디오 방송을 통해 새 정부 수반으로 지목한 로자 오툰바예바(60·여) 사회민주당(SDP) 대표에게 권력을 이양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오툰바예바 대표는 이날 의회를 해산하고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대통령에게 사임을 요구했다.

오툰바예바는 로이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앞으로 6개월간 헌법을 제정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대통령 선거를 위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5년 전 레몬혁명을 이끌며 독재 권력을 무너뜨렸던 바키예프 대통령은 시위가 격렬해지자 일부 수행원과 전용기를 타고 수도 비슈케크를 떠나 우즈베키스탄 접경지역의 잘랄아바트 인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측근인 다니야르 우세노프 총리도 사임했다.

이날 더 이상의 소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시위대에 의해 도심 상점은 약탈되거나 불탔다.

오툰바예바는 라디오 연설을 통해 시민들에게 약탈과 폭력행위 중단을 요구했고, 무장 군인에겐 무력을 사용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시위대 측은 이틀간의 시위로 최소 1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지만 키르기스 보건부는 74명이 사망하고 40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부상자 상당수가 머리에 총상을 입어 사망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시위대는 대통령궁과 국영 TV 등 주요 시설을 장악했다.

한편 키르기스스탄 주재 한국 대사관은 “교민들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키르기스스탄에는 선교사와 유학생, 상사 주재원 등 교민 800여명이 체류하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