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천안함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서 사라졌는데 아무도 몰랐다
입력 2010-04-08 21:52
천안함 침몰 사고로 군의 위기대응 시스템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초기 대처가 미흡했을 뿐 아니라 이후 실종자 구조 작업 등에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각종 의혹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군은 천안함이 지난달 26일 오후 9시21분57초에 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KNTDS)에서 사라졌는데도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사고 발생 뒤인 9시28분에 천안함 포술장인 진모 대위가 휴대전화로 해군 2함대사령부로 첫 상황보고를 했을 때에야 사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KNTDS가 비단 2함대사령부뿐 아니라 해군작전사령부와 합동참모본부, 공군 방공통제소, 청와대 등 국가 주요 지휘통제실과도 연결돼 있는데도 아무도 몰랐다는 것은 국가 안보 관리에 심각한 구멍이 생긴 것이다.
아울러 함참이 국방장관을 건너뛰고 청와대에 사고 발생 사실을 직보하는가 하면, 해군작전사령관은 합참의장을 거치지 않고 국방장관에게 함포사격을 보고하는 등 보고체계도 엉망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또 해군은 해상경계령 A급인 ‘서풍 1호’를 발령해 놓고도 육·공군 및 해병대에 적절한 조치를 주문하지 않았다. 서풍 1호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북한 도발과 같은 긴급 징후가 포착되면 발령된다. 공군 관계자는 8일 “서풍 1호 발령을 듣고 전투기 내 좌석대기 상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합참으로부터 명령은 없었지만 즉각 출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공군 전투기에 대한 합동참모본부의 출격 요청은 오후 10시40분에 있었다.
반면 인천 옹진군 덕적도에 배치됐던 대잠초계헬기 링스 1대는 당일 오후 9시47분쯤 사고 해역에서 초계활동을 시작했다. 이는 해군이 북한 잠수함에 의한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의미다. 군 전문가들은 이런 정황을 고려했다면 공군에 즉각 출격 요구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뒤늦게 전군에 군사대비태세 강화를 지시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합참은 사건 발생 6시간 만에 강화 지시를 내렸다. 합참은 “북한의 추가적인 움직임에 대해 대비 차원에서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사고의 중대성을 뒤늦게 알고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와 함께 군이 가동하고 있는 각종 시스템의 시각이 각 부대마다 수 분 이상 차이가 나는 등 장비관리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군이 실종자들이 69시간 생존할 수 있다고 밝힌 대목도 여론이 좋지 않다. 사고 당시 격실 차단과 정전으로 인한 격실 내 환풍기 작동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면 쉽게 해서는 안 될 언급이라는 것이다.
열상감시장비(TOD) 촬영 동영상도 처음부터 전 장면을 공개했어야 한다. 군 관계자는 “보안상 문제가 된다면 끝까지 공개하면 안 되지만 일단 공개키로 했다면 한 번에 모두 보여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천안함 사고를 통해 우리 군에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게 확연히 드러났다”며 “위기관리 체제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