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년 맞은 밥상공동체 1300명 초청 자축행사 “전천후 행복센터 세울 것”

입력 2010-04-08 20:31


12년간 60만명분의 ‘밥상’을 소외계층 이웃과 나눠 온 밥상공동체(대표 허기복 목사)가 8일 오전 원주시 중앙동 원주교 아래에서 생일상을 차렸다. 창립 12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원주 지역 영세 노인과 노숙인 등 1300여명에게 따뜻한 국밥 한 그릇씩을 대접했다.

‘온 것만큼 갈 수 있어요’라는 주제 아래 행사는 원주시민들에게 ‘쌍다리’로 통하는 다리 밑 공터에서 열렸다. 이 자리는 허기복 목사가 1998년 4월 IMF 사태 여파로 급격히 늘어난 실직자, 독거노인, 노숙인들에게 무료로 한 끼 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했던 밥상공동체의 터전이다.

행사장에 들어서니 주황색 제복을 입은 소방대원들이 안내를 하고 있다. 알고 보니 그동안 배식 자원봉사에 참여해 왔던 10여개 단체들이 모두 나와 있었다. 의용소방대, 여성의용소방대원을 포함해 원주소방서에서 100여명이 참여했다. 대한적십자사, 한화그룹, 한국가스기술공사, SK텔레콤중부행복나눔 등에서도 18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에게는 12주년의 의미보다는 ‘공짜 점심 한 끼’의 의미가 더 컸겠지만 그래도 이날 행사는 몇 가지 배려가 돋보였다. 전면 단상에서 축가와 축사, 시상 등 순서가 진행되는 동안 바로 옆에서 밥과, 국, 김치 등 식사가 바삐 준비됐고, 행사 직후에는 배식을 위해 줄을 설 필요가 없도록 300여 자원봉사자들이 참가자들 자리로 식사를 가져다줬다. 또한 한 명당 4㎏씩 총 4000㎏의 쌀도 전달했다.

진지하게 행사를 끝까지 지켜보던 송육래(76·여·원주시 원동)씨는 “내가 (밥상공동체) 사무실 바로 옆에 살아서 아는데, 이 사람들 그동안 진짜로 애 많이 썼다”며 “이 사람들은 진짜배기여”라고 칭찬했다.

이 자리에는 이날 행사의 공식 후원자이기도 한 장미란 국가대표 역도선수의 어머니가 참석했다. 원주소방서 여성의용소방대 이현자 대장이다. 이 대장은 “한 명이 시작한 선한 일이 12년간 전국으로 확대됐다는 것은 ‘사랑의 기적’”이라면서 “소외된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혜택받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허 목사는 “그동안의 모든 일이 주님의 은혜”라면서 “기도와 후원을 해 주신 분들께 감사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밥상공동체는 무료 급식 외에도 전국 30개 연탄은행을 통해 1600만장의 연탄을 나눠 왔고, 취업 연계 3000명, 노인일터센터와 노숙인 쉼터 설립 등 저소득층, 소외계층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허 목사는 “일을 해 보니 소외계층에게 1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의식주이지만 문화 빈곤 문제도 심각하더라”면서 “앞으로 밥상공동체 안에 복지, 자활, 예배, 문화 등을 포괄하는 ‘행복센터’를 건립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원주=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