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북한 잠수함
입력 2010-04-08 18:14
미국 독립전쟁 당시 독립군의 전력은 영국군에 비할 바가 못 됐다. 열악한 군사력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영국군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신무기가 필요했다. 이때 등장한 신무기가 잠수함이다. 독립군이 보유한 비대칭 전력이었던 셈이다.
예일대생 데이비드 부쉬넬이 만든 이 잠수함은 길이 228.6㎝, 높이 182.9㎝로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원통형 배였다. 모양새가 포도주를 보관하는 참나무통 같기도 하고, 거북이 등 같기도 해 ‘터틀(Turtle)’로 불렸다. 송곳으로 적함의 밑바닥을 뚫어 폭탄을 설치하도록 고안된 터틀은 영국 군함 이글호와 셀빌러스호를 공격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미 영국 군함 밑바닥이 구리로 장갑돼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터틀은 뉴욕항에서 발각돼 최후를 맞았지만 영국군을 공포에 떨게 하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터틀이 잠수함의 효시는 아니다. 1624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반 드라벨이 나무로 된 뼈대에 짐승 가죽을 씌워 만든 배로 템스강에서 3m가량 잠수해 항해한 것이 시초다. 잠수함의 진가는 남북전쟁 때 발휘됐다. 잠수함은 군사력이 열세였던 남군의 주요 전력 가운데 하나였다. 남군의 잠수함 공격을 받고 침몰한 북군 배도 있었다. 잠수함이 거둔 최초의 전과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생존자 57명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침몰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1∼2초 간격으로 두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는 이들의 일치된 증언으로 북한 잠수함에 의한 어뢰나 기뢰 공격설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북한은 현재 80여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잠수함은 배수량에 따라 로미오급(1800t·22척) 상어급(300t·21척) 유고급(80t·45척)으로 등급이 나뉜다. 로미오급은 구소련이 처음 만든 ‘로미오’에서 유래했고, 상어급은 잠수함 모양이 상어를 닮아서, 유고급은 유고슬라비아에서 설계해 그런 이름이 붙었다.
대개 배수량 500t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잠수함, 그 이하이면 잠수정이라고 구분한다. 이 기준에 따를 경우 북한 잠수함 전력의 주력은 잠수정에 해당한다. 그나마 잠수함 축에 끼는 로미오급도 ‘바다의 관(棺)’ 취급을 받고 있다. 구형인데다 소음이 심해 기동하면 금세 적발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천안함 참사가 북한 잠수함 전력을 우습게 봤다 허를 찔린 것은 아닌지.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