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자들 재테크는 안전자산+단기투자
입력 2010-04-08 21:22
“돈 굴릴 데를 아무리 찾아봐도 도통 찾을 수가 없네요.”
주가지수가 오르고 있지만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금리는 떨어져 채권 투자가 유망하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이제 금리는 오를 일만 남았다는 진단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거액 자산가들은 이럴 때 어떻게 돈을 굴리고 있을까. 8일 5개 증권사(한국 대우 신한 삼성 우리)의 PB(Private Banker·자산관리사)들을 통해 알아본 요즘 부자들의 투자 키워드는 ‘안전 자산’과 ‘단기 투자’였다. 이는 현재 금융시장 동향과도 일치한다.
◇안전지대를 찾아라=PB들은 부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도가 강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원금과 최소한의 수익률이 보장되는 채권이나 은행 예금 등에 가진 돈의 절반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 투자 안전성 선호는 주식투자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자산가들은 원금보장이 가능하고 시황에 따라선 연 수십%의 고수익도 낼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상품(DLS) 등에 부쩍 손을 많이 대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ELS 발행 규모는 1조6432억으로, 10개월째 월 1조원 넘게 판매되고 있다.
주식에 직접 투자하더라도 실적개선을 바탕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는 전기전자(IT)나 자동차업종의 대형 우량주에만 눈길을 주고 있다. 삼성그룹주에 대한 선호도 두드러진다. 상대적으로 펀드는 찬밥신세다. 지수가 오르면 바로 환매해서 수익을 실현하기 일쑤다. 우리투자증권 임병용 PB는 “해외 펀드는 관심 밖이다. 국내형보다 수익률이 떨어지고 올해부터 주식매매 차익에 대해 과세되는 등 세금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부동산은 계속된 시장침체로 부자들의 눈밖에 난 형국이다. 한국투자증권 이진우 PB는 “월세가 나오는 상가나 오피스텔 등 임대형 부동산에 그나마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시장 급변 대비, 투자기간 짧게=안전 자산에도 투자자금을 마냥 묻어두고 있는 게 아니다. 은행 예금은 3개월 또는 6개월 등으로 최대한 짧게 들고 가고 있다. 채권시장에선 보통 만기가 1년 이내인 기업어음(CP)을 찾는 발길도 많아졌다.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현재 금리는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태라 추가 하락보단 이젠 오를 일만 남았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해 금융시장이 재차 경색될 수 있다는 전망도 깔려 있다. 저금리 기조가 깨지거나 증시 등이 급락할 때 고금리 상품으로 갈아타고 주식 저가매수를 위해 투자기간을 최대한 짧게 하고 있는 것이다. 펀드 투자의 경우 코스피지수가 1700 이상 오르자 일단 펀드를 환매해 수익을 챙기고 1600대로 떨어질 때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대우증권 안성환 PB는 “거액 자산가는 예금·채권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같은 단기 유동성 상품이나 주식·ELS 등의 비율을 6대 4 정도로 갖고 가면서 시장이 급변할 때 진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PB들도 이 같은 부자들의 재테크법에 동의하고 있다. 삼성증권 이선욱 PB는 “2010년 재테크 시장은 발 빼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많은 수익을 기대하기로 어렵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인 상황”이라며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비중을 적절히 분산하는 다품종 소량 투자로 대처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설문에 답해 주신 PB들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이진우 부장
대우증권 WM클래스 목동중앙 안성환 센터장
신한금융투자 명품PB센터 이윤진 팀장
삼성증권 이촌지점 이선욱 PB팀장
우리투자증권 PB서초센터 임병용 부장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