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 된다

입력 2010-04-08 17:39


존 나이스비트·도리스 나이스비트/비즈니스북스/메가트렌드 차이나

“누구의 도전도 받지 않고 높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았던 미국의 독수리가 과거의 지위를 되찾으려 애쓰는 사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비록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이제 제대로 된 무술 훈련을 받은 판다가 부상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와 쌍벽을 이루는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메가트렌드 차이나’(원제: China’s Megatrends)에서 세계의 패권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기술한 대목이다. 세계 최대의 수출국, 세계 3대 경제대국, 세계 인구의 4분의 1…. 이는 덩샤오핑이 이끄는 중국 지도부가 1978년 ‘개혁개방’으로 국가의 방향을 튼 후 욱일승천의 기세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현주소다.

80년대 이후 ‘메가트렌드’ 시리즈를 통해 정보화 사회, 글로벌 단일 경제체제의 출현, 아시아의 급부상, 생명공학의 발전 등 21세기 주요 트렌드를 정확하게 예측했던 저자는 이번에는 중국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본다. 전후 낡은 공산주의 체제에서 허덕이던 중국이 불과 30년 만에 미국을 위협하는 패권국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방대한 연구조사와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분석한다.

조지 프리드먼은 얼마 전 출간한 미래예측서 ‘100년 후’에서 중국의 성장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내다봤지만 존 나이스비트는 중국이 21세기 새로운 세계를 이끌어가는 주도 국가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여기엔 1967년 중국을 처음 방문했고 10년 이상 그곳에 살면서 중국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중국에 대한 저자의 깊은 이해가 깔려 있다. 서구식 견해와 가정에서 벗어나 중국인의 관점으로 중국을 바라보려 한 것이다. 그래야 중국의 진면목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성장동력은 무엇일까. 민주주의 체제를 시행하는 많은 나라들이 경제발전에 실패하고 있는데도 ‘독재적인’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 성공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뤄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근거는 중국만의 독특한 정치·사회체제에 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지도부는 사회주의를 그대로 유지한 채 서구의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중국 특색 사회주의 경제체제’라는 중국식 모델을 만들었고, 이를 꾸준히 발전시켜 오고 있다. 정치인 한두 명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안정된 지도부, 선거를 의식하지 않는 정치적 판단 등이 가능한 시스템이 13억이 넘는 인구를 가난에서 벗어나 번영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토대라는 것이다.

저자는 “2050년,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된다”면서 그것을 가능케 하는 중국의 숨은 힘 8가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정신의 해방, 수직적 민주주의,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성과, 실사구시, 예술과 학문, 세계와의 활발한 교류, 자유와 공정성, 중국의 최첨단 기술 등이 그것이다.

또 중국이 마오쩌뚱 시대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의 혼란을 딛고 ‘정신의 해방’을 이끌어 냄으로써 개인의 자유로운 발상이 가능해지고 국유기업의 민영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정신의 해방’은 중국인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문을 열어준 출발점이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그는 “지도부가 팽팽하게 당겨온 세뇌의 끈을 느슨하게 풀고 국민을 신뢰하기 시작하자 엄청난 에너지가 발산됐다”고 말한다.

또 하향식 지도와 국민들의 상향식 참여가 균형을 이루면서 농민 노동자들의 의견제시가 잇따랐고, 이는 다양한 제도개선으로 이어져 성장의 토대가 됐다고 지적한다. 덩샤오핑이 ‘실사구시’ 철학을 바탕으로 경제특구를 만들고 법에 의한 통치를 강화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사회보장제도와 의료보건서비스 개선으로 국민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우주항공 산업, 로봇 산업, 전기자동차 산업 등의 발전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중국의 힘을 보여주는 징표들로 제시된다.

공산주의 체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주문한다. 서구에서는 중국의 공산주의 체제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중국공산당은 선거를 통해서가 아니라 ‘눈부신 발전’이라는 성과로 국민들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아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국내총생산이 1980년 3090억3000만 달러에서 2000년 1조2000억 달러로 증가했고, 1인당 국민소득도 같은 기간 251달러에서 2371달러로 급증했다. 중국 지도부는 민주주의 방식으로 선출되지 않았지만 결과에서 정통성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그러면서도 티베트 독립문제, 타이완과 중국 본토와의 관계, 인권문제 등 중국의 민감한 사안들도 비켜가지 않는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자국의 가치와 필요에 근거해 수직적 민주주의를 형성해 나가면서 중국의 자부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 중국은 중국만의 목표와 꿈이 있다. 그 목표와 꿈에 어떻게 도달할지는 중국과 중국 국민이 결정할 것이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