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부와 번영이 과연 십자가 영성일까… ‘삶으로 담아내는 십자가’

입력 2010-04-08 17:31


삶으로 담아내는 십자가/ 마이클 고먼 / 새물결플러스

예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영성은 무엇일까. 오늘날 회자되고 있는 부와 번영인가. 그렇다면 십자가에 못 박혔다가 들림을 받은 메시아는 기이하기 짝이 없는 것이 되고 만다. 땅의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십자가에 달려야 했는가.

기독교 신앙의 핵심 중 하나는 예수께서 십자가형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로마제국에 살던 사람들은 십자가의 공포를 알고 있었다. 십자가형은 인간이 맞을 수 있는 가장 치욕스런 죽음이었고 유대인 입장에서는 저주를 뜻했다. 그럼에도 사도 바울과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십자가를 유일한 헌신의 대상이자 이 세상을 살아갈 삶의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이는 충격이었다.

책의 저자, 마이클 고먼은 십자가를 추구했던 바울의 신학을 통해 기독교 영성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바울 신앙의 핵심은 이신칭의도, 그리스도와의 연합도 아니었다. 십자가를 본받는 것에 있었다.

본받는 것은 그리스도가 그의 형상을 신자들 속에 만드는 과정(갈 4:19)으로, 예수의 십자가를 그대로 닮는 것(빌 3:10)으로 정의된다. 때문에 저자는 ‘그리스도를 본받음’이라는 말 대신 ‘십자가를 본받음’이란 용어가 더 적절하다고 제안한다. 그래서 책의 원제목도 ‘cruciform’(십자가의)과 ‘conformity’(본받음, 닮아감)를 합친 ‘cruciformity’란 합성어를 사용했다.

십자가를 본받는 삶이란 그리스도 안에서 살아가고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삶의 패턴이다. 이 패턴의 전형은 빌립보서 2장 6∼11절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바울은 여기에 그리스도의 삶을 압축해 놓았다.

이 책은 바울 신학서가 아니다. 바울이 쓴 서신서를 통해 그리스도의 삶을 보고 이를 통해 바울의 영성을 들여다본 것이다. 저자는 십자가를 본받는 영성을 바울의 하나님 체험, 믿음 소망 사랑 능력의 관점에서 본 십자가 체험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