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흐루시초프에게 “교회 갑시다”… ‘주일성수와 기도의 대통령 아이젠하워’
입력 2010-04-08 17:27
주일성수와 기도의 대통령 아이젠하워/이채윤 지음/수엔터테인먼트
1959년 9월 27일 주일, 구 소련의 흐루시초프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흐루시초프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교회에 가자고 권했다. 흐루시초프가 거절하자 아이젠하워는 1시간30분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선 예배에 참석한 뒤 회담장으로 갔다. 당시 초강대국 소련의 총리를 예배 때문에 기다리게 한다는 것은 외교적 상식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흔히 미국 대통령의 신앙 하면 링컨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위의 일화를 생각하면 아이젠하워의 신앙 또한 링컨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주일성수를 했고, 늘 성경 말씀을 가슴에 품고 기도했다.
책은 미국 34대 대통령 아이젠하워의 일대기를 다루면서 그의 삶 곳곳에 배어 있는 가슴 찡한 하나님의 역사와 기독교 정신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철저한 신앙교육을 받고 자란 이야기, 급성패혈증으로 다리 절단의 위기를 기도로 극복한 기적, 전쟁 중에도 늘 성경을 읽었던 그의 신앙심, 군입대 후 14년간 진급이 안 됐을 때도 철저히 인내한 그의 가치관, 처칠 몽고메리 드골 등 까다로운 리더들과 소통하고 화합한 리더십 이야기 등이 재미있게 쓰여 있다.
1944년 6월 6일 폭우와 안개 등 극한 상황에서 전개된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작전이 연합군 총사령관 아이젠하워의 기도로 시작돼 기도로 마무리됐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우리의 모든 지식과 훈련받은 것을 동원할 시간입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손에 있습니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겼으니 이제 우리는 행동을 개시해야 합니다.”
사실 아이젠하워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그의 인간적 면모에서부터 군인과 대통령으로서 그가 보여준 행적은 다양하게 기록돼 있다. 하지만 그의 모든 것을 신앙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설명한 적은 없었다. 이 점에서 책은 상당한 공헌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한국인 작가에 의해서 만들어져 더욱 의미 깊다.
독일 이민가의 6형제 중 셋째로 태어난 그의 이름 드와이트 데이비드 아이젠하워(Dewight David Eisenhower)에서부터 신앙의 바탕을 느끼게 한다. 여기서 드와이트는 대부흥사 무디의 이름이고, 데이비드는 성경의 다윗이다. 그의 어머니는 늘 성경을 읽어주며 평화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자녀들에게 들려주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늘 하나님을 경외하라고 가르쳤다.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은 미국 역사상 유래 드문 부강기였다. 뿐만 아니라 모든 각료가 크리스천이었던 때, 가장 선교사를 많이 파송했던 때, 각급 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고 기도로 수업을 시작했던 때였다. 현재 백악관에서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는 국가조찬기도회도 이때 만들어졌다.
“1952년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아이젠하워는 참모들을 불러놓고 기도회를 열었다. 그는 하나님 정치, 기독교 정치를 실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하나님께 반드시 선의와 평화와 우애가 넘치는 사랑의 정치를 펴나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빌었다.”
책에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와의 여러 일화도 소개된다. 1969년 3월 28일 아이젠하워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에도 그레이엄 목사의 손을 잡고 기도한 후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그가 “목사님, 이제 세상을 떠나야 할 것 같은데 아직 하나님을 만난 확신이 없으니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그의 인간적 체취가 느껴진다.
어쨌든 주일성수와 기도의 중요성이 점점 약해져 가는 이때, 진실한 크리스천 리더와 멘토가 필요한 이때, 소통과 화합이 아쉬운 이때 아이젠하워의 이야기는 진한 감동과 도전을 전해준다.
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