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고 김태석 상사 가족 “힘들고 슬프지만 찾은 것만으로도 감사”

입력 2010-04-07 21:53


7일 오후 7시27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의무대 대기실. 고 김태석(37) 상사의 부인 이수정(36)씨가 초점 잃은 눈으로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 채 앉아 남편의 시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씨의 세 딸은 아버지의 죽음을 모르는 듯 서로 장난을 쳤다.

7시30분, 헬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헬기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대기실에 있던 다른 실종자 가족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모두 울음을 터뜨렸지만 정작 이씨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씨는 문득 고개를 끄덕이면서 “잘 챙겼을 거야, 잘 챙겼을 거야”라고 알 수 없는 말을 거듭했다.

이씨는 김 상사를 실은 앰뷸런스가 의무대에 도착하자 눈물을 떨궜다. 이어 앰뷸런스 문이 열리고 흰 천이 보이자 통곡했다. 이씨는 시신을 따라가며 “여보…” 한마디를 내뱉었다. 막내딸 해봄양은 의무대 안으로 들어가면서 도열한 군인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앞서 이씨는 오후 5시25분쯤 남편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것을 알았다. “뉴스 보셨어요?”라는 기자의 말에 이씨는 멈칫했다. 이내 “뉴스에 나오느냐”고 떨리는 소리로 되물었다. “나중에 연락을 드리겠다”며 전화를 끊었던 이씨는 한 시간쯤 뒤 “너무 힘들고 슬프지만, (시신을) 찾은 것만으로도 감사한다”며 담담히 이야기했었다.

이어 김 상사의 큰누나 효순(52)씨도 기자와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다가 집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아버지, 저예요. 맞대요… 조금 있다 통화할게요”라고 다급하게 말했다. 김씨는 경기도 여주군에 있는 여동생과 시신이 안치된 평택에 도착했다.

김 상사의 아버지 김태현(76)씨는 “자식 잃은 사람 속이 속이겠느냐…”고 한숨쉬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김씨는 천안함 침몰 소식을 접한 뒤 해군 제2함대사령부 근처로 와 혼자 지내고 있었다.

김 상사가 살던 평택 원정리 해군아파트의 주민들은 김 상사 부부가 끔찍이 서로를 위하는 부부였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이웃은 “김 상사는 선후배끼리만 만나는 회식 자리에도 꼭 부인을 데려갈 정도로 정이 깊은 사람이었다”며 한숨지었다.

김 상사와 같은 동 4층에 사는 한 이웃은 “김 상사는 최근 2∼3년 동안 부인과 세 딸 외에 친정어머니, 처남과 처남의 두 딸까지 9명을 부양하고 살았던 보기 드문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평택=이경원 김수현 최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