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승조원 “배에 물 샌적 없다” 선체노후 내부폭발 일축

입력 2010-04-08 00:54

증언과 조사로 본 당시 상황

“뭐에 맞은 것 같습니다.”(최원일 천안함 함장) “뭔 거 같아?”(평택 2함대사령부 22전대장) “함미가 아예 안 보입니다.”(최 함장) “어디? 함미 어디부터?”(전대장) “연돌(가스배출용 굴뚝)이 안 보여요. 고속정이나 립(RIB·구명정)을 빨리 조치해 주십시오.”(최 함장)

7일 국방부 민·군 합동조사단이 발표한 천안함 침몰 사고 1차 조사결과와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지난달 26일 서해 백령도 남쪽 해상에서 임무수행 중이던 천안함은 오후 9시22분 큰 외부충격으로 반파된 뒤 침몰했다. 사고발생 전 천안함에는 이상징후가 전혀 없었다. 생존자들은 귀가 아플 정도의 큰 폭발음을 들었고, 배는 순식간에 두 동강 나면서 함미는 바로 가라앉았고, 함수는 오른쪽으로 90도로 기울어진 다음 서서히 물속으로 들어갔다.

◇평상시와 다름없었던 평온한 밤=최 함장은 함내 순찰을 마치고 함장실에서 해군전술지휘체계(KNTDS)를 점검하고 있었다. 통신장 정종욱 상사는 오후 9시14분부터 18분까지 임신한 아내와 휴대전화 통화를 했다. 작전관 박연수 대위는 “정상근무를 했고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말했고, 음파탐지를 담당하는 홍승현 하사도 “특별한 신호는 없었다”고 했다.

합조단은 “천안함이 백령도 인근까지 간 것은 특수임무나 피항이 아닌 2함대사에서 지시한 경비구역에서 정상적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지난해 11월 북한과의 대청해전 이전에는 백령도 서방의 경비구역에서 임무를 수행했으나, 이후 서남방지역으로 조정됐으며 당시 천안함은 백령도 남방 2.5㎞ 떨어진 곳에서 북서 방향으로 6.3노트로 기동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천안함이 피항 중이었다는 김태영 국방장관의 국회 발언과는 배치되는 대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사고는 오후 9시22분에 발생했다=합조단은 의혹이 제기됐던 사고 시간을 9시22분으로 최종 결론지었다. 우선 KNTDS에 기록된 자료 분석 결과, 천안함에서 발신하는 자함위치신호가 9시21분57초에 중단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백령도 관측소와 백령도 기상대 관측소가 규모 1.5정도의 지진파를 감지한 시각은 9시21분58초였고,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확인한 천안함과 2함대사령부 간의 마지막 교신도 9시19분30초부터 20분03초간 진행됐다. 백령도 해병 6여단 경계 근무자가 ‘쿵’하는 소음을 듣고 열상감시장비(TOD) 촬영을 시작한 시간은 9시23분이었다.

또 생존자들의 휴대전화 통신을 조사한 결과 9시21분5초에 대학후배에게 문자발송을 한 경우가 있었고, 실종자 가운데 한 명이 다른 실종자의 휴대전화로 동생과 9시21분47초에 통화를 한 기록이 나왔다. 작전관 박연수 대위는 “함교상에서 마지막으로 눈으로 확인한 시간은 오후 9시24분이었다”고 말했다.

실종자 중 한 명이 오후 9시16분에 가족과 한 전화에서 ‘지금은 비상상황이니까 나중에 통화하자’는 것은 확인 결과 통화한 사실이 없었다고 합조단은 밝혔다. 또 실종자인 모 하사가 여자친구에게 오후 9시16분42초에 마지막 문자를 보냈으나 여자친구가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자 친구가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또 백령도 방공진지에서 초병이 9시16분쯤 소음을 듣고 상급부대에 신고했으나 천안함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소음이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는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2차례 충격음 왜?=해군 천암함 승조원들 사이에서는 사건 발생 당시 두 번의 충격음을 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쿵하는 소리에 이어 꽝하는 폭발음이 들렸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우선 어뢰나 기뢰에 의해 폭발이 일어난 뒤 2차로 물결 충격파가 올라온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른바 버블제트 현상이다.

어뢰와 같은 충격물체가 선체의 옆구리에 명중한 뒤 선체 내부에 있던 연료탱크나 다른 인화물질이 연소될 때 2차 충격파가 나왔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어뢰가 선체에 부딪힌 뒤 내부에서 폭발하는 음향이 순차적으로 들렸거나, 선체가 외부충격으로 파열된 뒤 뒷부분이 찢어져 나가면서 2차 충격음이 들렸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결국 두 차례 충격음만으로는 사고원인을 명확하게 알 수 없다는 얘기여서 선체 인양 후에나 원인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