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화약냄새도 물기둥도 없었다는데… 도대체 뭣 때문에?
입력 2010-04-07 18:24
천안함 침몰사고에서 생존한 장병들의 진술이 공개되고 나서 사고원인은 오히려 더욱 미궁에 빠졌다. 생존 장병들의 7일 증언을 종합하면 침몰 당시 상황은 귀가 아플 정도로 ‘쾅’ 하는 폭발 소리와 함께 배가 90도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폭발 원인이 기뢰나 어뢰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먼저 기뢰나 어뢰 폭발시 중요한 현상인 물기둥을 목격했다는 진술이 없다. 함정의 조타실 오른쪽과 왼쪽 위쪽에 배의 진행방향을 감시하는 2명의 좌우 ‘견시(見視)’ 중 우측 담당자는 ‘갑판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물기둥을 봤냐’는 질문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심한 진동을 느꼈을 뿐 물기둥 같은 거는 없었다”고 답했다. 다른 선임하사는 순간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물기둥을 못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여지를 남겼지만, 어뢰나 기뢰에 의한 폭발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 셈이다.
또 다른 폭발 증거인 화약 냄새도 없었다. ‘화염 냄새가 있었냐’는 질문에 병기장 오성탁 상사는 “본인이 탄약 담당자인데, 만약 화약이 있었으면 불이 나고 냄새가 진동했을 것”이라며 “사고 순간 화약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내부 폭발이나 암초와의 충돌, 피로 파괴 가능성도 낮다. 우선 내부 폭발의 경우 똑같이 감지됐어야 할 화약 냄새가 없었고, 사고를 일으킬 만한 문제 사병들도 딱히 없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그동안 천안함에 물이 샜다는 소문이 퍼지며 제기된 피로 파괴설도 일축됐다. 기관장 이채권 대위는 “(함내에 생기는) 물은 외부와의 온도 차로 생기는 것이다. 외부에서 물이 새는 것은 없었다”며 ‘선체 노후화 등 문제’를 반박했다.
생존 장병들의 여러 증언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침몰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자 최원일 함장도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며 “(언론이 예단하지 말고) 천안함을 있는 그대로 봐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노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