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생존 장병들 첫 공개진술 표정 “실종 동료들, 아직도 내 옆에 있는 것 같아…” 울먹
입력 2010-04-07 18:25
침몰한 천안함에서 생환한 장병들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7일 오전 성남 수도통합병원 강당. 장병들은 사고 당시의 공포, 실종된 동료를 두고 살아남은 데 대한 죄책감 등이 교차하는 듯했다.
군복을 입고 장병들과 섞여 있던 최원일 함장은 굳은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거나 눈을 지그시 감았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파란색 환자복을 입은 50여명의 장병들이 강당에 들어서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다. 장병들은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줄지어 차례대로 자리에 앉았다. 휠체어에 앉은 장병, 허리에 보호대를 착용한 장병, 목발을 짚고 있는 장병 등은 사고 당시 충격을 짐작케 했다.
일문일답에서 그들은 질문에 차분하게 답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질문에는 여전히 힘들어했다. 전준영 병장은 함미 부분에 체육시설이 있는데 어떤 복장으로 가느냐는 질문에 침착한 어조로 “보통 운동할 때는 속옷 내의와 반바지를 입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내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동료들이 반바지와 속옷 차림에 운동하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간 것이 분명했다. 기자회견장은 고요한 침묵이 감돌았고, 간간이 카메라 플래시 소리 외에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는 “저는 특별한 상황이 있었으면 근무복을 입고 있어야 하지만 특별한 상황이 없어 침실에서 쉬고 있었다”며 간신히 말을 맺었다.
오성탁 상사는 “가족들이 떠올랐고, 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손에 잡히는 모든 물건과 집기들을 치우고 빠져나왔다”면서 당시 긴박했던 순간을 증언했다. 최원일 함장은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물음에 “실종 장병들이 아직도 내 옆에 있는 것 같다. 살아 있다는 희망을 계속 갖고 있고, 복귀 신고하는 날을 기다린다”며 눈물을 훔쳤다.
생존 장병들은 대부분 사고 후유증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다. 윤한두 국군수도병원장은 “일부는 불안과 불면증, 죄책감, 악몽, 기억 문제 등 심리적 압박감을 갖고 있다”면서 “안정 유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물 및 상담 요법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 6명, 면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한 고위험군 14명, 중위험군 17명, 저위험군 21명이라고 덧붙였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