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이라도 더 싸게… ‘셀프주유소 大戰’

입력 2010-04-07 21:18


7일 오전 8시 서울 사당동 이수교차로 인근 사당셀프주유소. 8대의 주유기 앞에 차량들이 모두 들어차 있다. 운전자들은 직접 주유기를 들고 기름을 넣거나 주유기를 작동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 주유소가 아침부터 북적이는 것은 가격이 인근 주유소에 비해 훨씬 싸기 때문이다. 이 주유소의 이날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1675원. 인근 N주유소(1799원)와 W주유소(1793원)보다 120원 정도 싸다. 서울 목동에 사는 김모(여·32)씨는 “집 근처 주유소보다 가격이 많이 싸 지난달부터 이곳에서 기름을 넣고 있다”고 밝혔다. 주유와 계산이 다소 번거롭지만 기름값이 크게 오르면서 셀프주유소를 찾는 운전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타고 정유업계에도 셀프주유소 설치 바람이 불고 있다. 정유사들은 국제 원유가 추세를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셀프주유소 수요가 보편화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가격 경쟁력 있는 셀프주유소를 통해 시장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셀프주유소 마케팅에 돌입했다.

현재 셀프주유소는 전국적으로 280여 곳으로 점차 확대 추세에 있다. 셀프주유소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GS칼텍스로 모두 144곳의 셀프주유소를 운영 중이다. 2006년 4곳의 셀프주유소를 운영했던 GS칼텍스는 2007년 22곳, 2008년 66곳으로 확대해왔으며 올 연말까지 그 숫자를 220여개로 늘릴 예정이다.

SK에너지의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SK네트웍스의 경우는 현재 76곳의 셀프주유소를 운영 중인데 이는 2008년 38곳에 비해 배로 늘어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지난해 13곳에서 현재 28곳으로 2배 이상 늘린 것을 비롯해 연말까지 50여 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30여 곳에서 셀프주유소를 운영하면서 꾸준히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셀프주유소에 적극적인 것은 소비자들의 호응도가 차츰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당셀프주유소의 경우 지난 2월말 현대오일뱅크가 직영주유소를 셀프주유소로 리모델링한 후 손님이 급증했다. 사당셀프주유소 관계자는 “셀프주유소로 바꾼 이후 고객이 3배 정도 늘어 매일 900여대의 차량이 이용하고 있다”며 “가격이 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단골손님도 꽤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셀프주유소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정유사들은 이미 1990년대 중반 석유시장 자유화와 맞물려 셀프주유소를 경쟁적으로 도입했다가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주유소 문화가 다른 미국, 영국 등의 사례만 참고해 설비를 갖췄다가 실패한 만큼 고객의 수요에 맞춰 설비를 증설해야 한다. 외국과 달리 셀프 주유 문화가 익숙하지 않고 대당 3000만원 정도에 이르는 고가의 셀프주유기와 비싼 땅값 등을 감안할 때 셀프주유소를 갑자기 늘릴 경우 위험 부담은 커진다.

이 때문에 자영 주유소들은 셀프주유소 설치를 꺼린다. 한국주유소협의회 정상필 기획팀장은 “정유사 직영 주유소의 경우 시장 선점을 위해 다소 간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셀프주유소 설치를 결정할 수 있지만 자영 주유소의 경우 공급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셀프주유소 전환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뒷받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길 박재찬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