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골잡이 메시를 어떻게 막나… 뛰어난 개인기로 유럽챔스리그서 한 경기 4골 원맨쇼

입력 2010-04-07 18:04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23)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오는 6월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이 상대해야 할 메시가 한 경기에서 4골을 넣었다. 메시가 유린한 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빅4 가운데 하나인 명문 아스널. 한국 수비가 아스널보다 강하다고 보기 힘든 상황에서 메시의 원맨쇼는 태극전사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메시는 7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누캄프에서 벌어진 2009∼20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홈경기에서 0-1로 끌려가던 전반 21분 동점골을 시작으로 37분 역전골, 42분 추가골, 후반 43분 쐐기골까지 4골을 기록했다.

메시는 전반전에 이미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아스널을 갖고 놀았다. 바르셀로나는 4대 1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올랐다(1·2차전 합계 스코어 6대 3).

메시의 득점은 두 가지 능력, 즉 창조적인 공간 활용력과 정교한 개인기로 만들어진다. 이날 메시는 전반 37분 볼을 소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아스널 페널티지역 가운데로 들어간 뒤 패스를 받아 두 번째 골을 넣었다. 메시는 볼을 가지고 있었던 바르셀로나 최전방 공격 라인보다 15m 가량 후방에 있었으나 순식간에 아스널 문전으로 쇄도했다. 메시를 마크해야 할 아스널 선수들은 메시 뒤에 있었다. 메시의 전광석화 같은 빈 공간 전진 이동을 아스널 선수들이 예측하지 못했다.

5분 뒤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센터써클 근처에 있던 메시가 갑자기 앞으로 불쑥 나갔고, 팀 동료의 헤딩 패스를 이어받은 뒤 드리블에 이은 왼발 로빙슛으로 세 번째 득점을 올렸다.

메시는 볼을 잡는 순간 이미 득점이라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득점 확률이 높은 지점을 본능적으로 찾아가는 움직임이 메시의 몸에 배어 있다.

메시의 첫 번째 골은 간결한 한 차례 볼 터치에 이은 정확한 슈팅, 네 번째 골은 아스널 수비수 3명을 따돌린 드리블과 상대 골키퍼 다리 사이로 낮게 깔아찬 슈팅에서 나왔다. 골문 어느 지점으로 어느 정도의 강도와 탄도로 볼을 차겠다는 메시의 정교한 개인기가 돋보였다.

아스널의 수준급 수비수들이 멍하니 쳐다봤을 정도로 메시의 동선은 예측이 힘들다. 따라서 한국이 메시를 맨투맨으로 마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카를로스 테베즈(맨체스터 시티),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등 다른 아르헨티나 골잡이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한국 선수 2명이 메시를 전담 수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은 메시의 볼 소유 기회 자체를 최대한 차단할 수 있는 방도를 팀 수비 전술과 선수 개인의 수비력 두 가지 측면에서 강구해야 한다. 한국 골키퍼가 메시의 슈팅 버릇을 철저히 분석해 몇 차례 선방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바르셀로나만큼 조직력이 뛰어나지 못해 메시의 폭발력이 무뎌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위안이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