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존 장병들 따뜻하게 껴안자
입력 2010-04-07 17:39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어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고 발생 12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최원일 함장을 제외하고는 군복 대신 환자복 차림이었다. 이들은 귀가 아플 정도로 큰 폭발음과 함께 배가 90도로 기울어졌으며, 화약 냄새는 전혀 안 났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차분하게 전했다. 이들의 전언 가운데 새로운 사실은 없다. 갑자기 배가 두 동강 나며 후미가 순식간에 침몰했으니 이들도 경황이 없었을 것이다.
사선(死線)을 넘어온 후유증은 지금도 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국군수도병원 측에 따르면 골절상으로 수술 받은 경우 외에 대부분이 불안과 불면증, 죄책감, 악몽 등 심리적 압박으로 고생하고 있다. 급성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여 급하게 치료해야 할 장병이 6명이다. 그리고 면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한 고위험군 14명, 중위험군 17명, 저위험군 21명이라고 한다. 한주호 준위의 순직과 98금양호 선원 실종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문제는 이들의 증세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천안함 선체 인양과 실종자 수습, 침몰 원인 등 이번 참사와 관련된 핵심 사안들이 앞으로 하나하나 드러날 때마다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을 소지가 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실종자들과 그 가족들을 떠올릴 때마다 이들의 가슴은 미어질 것이다. 망망대해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하자고 다짐한 전우들이 원인 모를 폭발로 인해 바닷속에 잠겨 있다는 현실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천안함 후타실에서 늘 함께 운동했던 사병 5명이 한꺼번에 실종됐다며 울먹인 한 병사, “실종 장병이 복귀 신고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함장의 발언에서 실종자들에 대한 이들의 애틋한 전우애를 읽을 수 있다.
당초 이날로 예정돼 있던 실종자 가족들과 생존 장병들 간 첫 만남은 연기됐다. 가뜩이나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장병들을 만나봤자 이들의 마음만 더 아프게 할지 모른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세심한 배려에 따른 것이라는 소식이다. 실종자 수색 중단이라는 용단에 이어 또 다시 아름다운 결정을 내린 실종자 가족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치료 중인 장병들의 쾌유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