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소비자만 우습게 본 도요타

입력 2010-04-07 17:39

국토해양부는 그제 국내에 수입된 도요타 자동차 1만2984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2005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렉서스 ES350 1만1232대, 캠리 1549대, 캠리 하이브리드 203대가 대상이다. 바닥 매트를 고정하지 않을 경우 운전 중 매트가 밀려 올라가 가속페달을 눌러 급가속 위험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도요타가 지난해 9월 미국에서 ES350 등 380만대를 리콜했던 사유와 일치한다. 한국 소비자를 우습게 보지 않았다면 미국보다 7개월이나 늦을 리가 없다.

미국에서 대량 리콜이 실시됐을 때 국내에서도 도요타 자동차의 급가속 문제가 대두됐었다. 하지만 도요타는 “한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미국의 경우와 다르다”며 한국 소비자를 기만했다. 그럼에도 나카바야시 히사오 도요타코리아 사장은 정부 발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아주 드문 경우에 있을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이지 차량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이번 리콜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했다. 미국에서처럼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아 이렇게 오만한가.

도요타만 탓할 일은 아니다. 관리, 감독은 고사하고 도요타 대변인 노릇에 충실했던 국토해양부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토부는 지난 2월 “국내에 판매된 차량의 카펫 매트는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의 고무 매트와 달라 가속페달의 원상복귀를 저해하는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도요타 편을 들었다. 한국 소비자의 안전보다 회사 이익을 앞세운 도요타 장단에 놀아난 셈이다. 그 결과 한국 소비자는 지난 7개월간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정부가 이토록 저자세니 미국과 중국에는 직접 가 머리 숙인 도요타 사주(社主)가 한국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얘기가 없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도요타 자동차에 1637만5000달러(약 18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자동차 업계에 부과하는 과징금으로는 가장 많다. 도요타가 가속페달 결함을 알고도 당국에 알리지 않고 은폐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정부도 도요타에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