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선언’ 주강사 레너드 스위트 석좌교수가 한국교회에 던지는 조언

입력 2010-04-07 20:57


“한국교회는 크기(규모), 프로그램, 화려한 설교 등 비본질에 치중했던 서구 교회의 전철을 결코 밟지 말아야 합니다. 성경 읽기에 더 집중하고 그대로 살려고 애쓰는 기독교 특유의 영성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오는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통 매니페스토(Tong Manifesto, 통 선언)’ 콘퍼런스 주강사인 미래교회학자 레너드 스위트(사진) 미국 드루대 석좌교수는 내한에 앞서 7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한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와 성경에만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스위트 교수는 “서구 교회의 쇠퇴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방법이나 전략 개념 교리 원칙 등으로 대체했기 때문에 시작됐다”면서 “예수님만이 우리의 신앙과 헌신의 동기이자 목표임을 재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본보에 ‘해외석학칼럼’을 기고하는 스위트 교수는 지난해 ‘교회가 없다’의 저자 프랭크 바이올라와 공동으로 “오직 예수만이 교회의 중심이고 ‘역사의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 회복을 위한 대헌장-21세기 교회를 위한 예수 선언’을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크리스천들이라면 ‘트위터·구글·아이폰·페이스북이라는 TGIF시대’에 살고 있다 해도 변함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아름다움과 진리, 선하심을 드러내는 데 힘써야 한다고 했다. “우린 흔히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질문을 하죠. 이는 잘못된 물음입니다. ‘예수님이 무엇을 하고 계실까’라는 질문과 함께 예수님이 이미 하고 계시는 일에 동참한다는 감격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무슬림 등 타종교인 선교에 대한 기독인들의 겸손과 절제도 강조했다. “무슬림을 결코 적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무슬림 힌두교도 불교도 무신론자들의 삶 속에서조차 역사하고 계시는 예수님을 발견해야 해요.” 스위트 교수는 “우리가 타종교인들에게 다가가기 전 예수님이 오래 전부터 그들이 살고 있는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역사하고 계셨음을 잊지 말라”면서 “이를 존 웨슬리는 ‘선재적 은총’, 장 칼뱅은 ‘일반적 은혜(은총)’로 불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기업과 문화계 인사들이 각광을 받는 반면 예수님과 성경 이야기는 좀처럼 듣기 어려워지고 있다. 세스 고딘(Seth Godin)과 같은 마케팅 전문가의 이야기가 성경보다 더 많이 인용되고 있다”면서 교회가 마케팅에 물들어갈 때 미래와 희망의 끈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했다.

스위트 교수는 한국 내 초대형 교회 건축 논란과 관련해 “미국에서도 항상 일어나고 있는 논란거리로 최근 단지 불경기로 인해 교회 건축이 주춤해 있을 뿐”이라며 “교회의 진정한 정체성은 예수 그리스도가 머리이고 우리는 구성원이라는 건데 오늘날 너무나 많은 교회들이 그리스도 대신 머리가 되려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교회의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 유치에 대해 “한국 크리스천들에게 조언하는 게 저의 사명은 아니지만 세계교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동서양에 다리를 놓아주는 일”이라면서 “한국교회의 은사와 은혜에 박수를 보낸다”고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서구 교회와 동양 교회는 마치 우리 몸에 두 개의 폐가 있고 뇌에 두 반구가 있듯 서로에게 필요충분조건이라며 한국교회가 서구와 동양을 소통케 하는 통로가 돼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11일 여의도순복음교회 1부 예배에서 설교하는 그는 이광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등 한국교회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비롯해 장영일(장신대) 정일웅(총신대) 총장 등 신학자, 감신대 신학생, 국회의원 등 평신도 지도자들과의 다양한 모임도 가질 예정이다(tong21.com·02-522-2449).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